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계하는 날이 많은 달이다. 가족의 구성원이 다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누구보다 부부사이가 제일 중요하다고 하겠다. 특히 함양은 자녀들이 대학 갈 나이가 되면 대부분 부모의 품을 떠나 도시생활을 하게 된다. 결국 부부 두 사람이 남게 된다. 부부사이가 좋아야 가정이 편안하게 되고 삶에 행복이 가득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몇 십년을 함께 살아도 아내나 남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남편과 아내의 버릇과 습관이 잘 바뀌지 않음을 본다. 사람치고 완벽한 사람은 하나도 없기에 실수도 많은 두 사람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는가? 퇴계 이황선생님께 한 수 배워보기로 하자. 퇴계는 두 번 장가를 갔다. 첫 번째 부인인 김해 허씨는 아들 둘을 낳고 산후조리를 잘못하여 일찍 죽고 말았다. 그의 나이 31살에 둘째 부인인 안동 권씨와 재혼했는데, 권씨는 정신이 혼미한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전해오는 말로는 당시 안동으로 귀양을 온 권질이 찾아와 과년한 딸이 정신이 혼미하여 아직도 출가하지 못했다면서 맡아줄 것을 부탁하자, 퇴계가 승낙했다고 한다. 결혼 후 권씨는 여러 가지 실수를 범했지만, 퇴계는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인내심으로 포용하여 부부의 도리를 다했다고 한다. 권씨가 흰 두루마기를 다림질하다가 조금 태우고서는, 하필 붉은 천을 대고 기웠다. 그럼에도 퇴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입고 외출을 했다.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경망스럽다고 탓하자, 퇴계가 웃으면서 말했다. “허허, 모르는 소리 말게. 붉은색은 잡귀를 쫓고 복을 부르는 것이라네. 아내가 좋은 일이 생기라고 해준 것인데 어찌 이상하단 말인가” 이렇듯 퇴계는 권씨의 잘못을 탓하지 않고 사랑과 배려로 감싸주며 살아갔다고 한다. 이러 저러한 일로 부부사이에 일일이 따져보아야 남는 것은 상처다. 나도 나 자신을 고치지 못하거나 나 자신의 나쁜 습관과 버릇을 고치는 데 이렇게 힘이 드는데 배우자를 고치려고 하고 핀잔을 준다면 어리석고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하고 많은 사람 중에 서로 만나 결혼을 하고 함께 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만남인가? 무엇보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잘하는 것이 제일이다. 물론 이웃과 만나는 사람에게 잘해야 하지만 말이다. 가정의 달 오월을 맞이하면서 특히 결혼하여 함께 사는 배우자에게 말 한마디 감사하는 말, 위로하는 말, 격려하는 말을 하며 이황 선생님처럼 이것도 이해하고 저것도 이해하는 태도로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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