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딸기를 좀 많이 심어보기로 했다. 어제 텃밭 딸기를 3개 수확했다. 첫 수확이라 정말 기쁜 마음으로 아내랑 나랑 작은 아들이랑 하나씩 먹었다. 비록 한 개씩이지만 날이 갈수록 접시는 수북해 질 것이다. 지난 달 이웃 딸기 농장에 딸기 사러갔다가 맛이 너무 좋아 아예 모종을 얻어 와서 텃밭에 심은 것이 드디어 열매를 달기 시작한 것이다. 요즘 마트에 나오는 딸기는 너무 비싸다. 그래서 먹고는 싶지만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고 침만 흘리고 있었기에 텃밭 딸기는 욕심을 내 볼만 했다. 비록 올해는 겨우 23포기 심었지만 만약 선경지명이 있어 열배로 많이 심었다면 첫 수확부터 30개를 먹을 수 있었을 것이고 본격적으로 수확하게 되면 비싸고 귀한 딸기를 매일 한 바구니씩 정말 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텃밭에 심은 품종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길쭉하고 닝닝한 맛이 아니고 옛날에 먹던 새콤달콤 정말 맛있는 복숭아 향이 살짝 나는 딸기다. 내년에는 딸기를 심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딸기 몇 개 딸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텃밭에 간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큰일 났으니 얼른 올라와보라고 해서(웬 호들갑이지? 하며) 가보니 허걱~ 누가 딸기를 익은 것만 골라 파먹었다. 흔적을 살펴보니 한눈에 못된 새가 한 짓임을 알겠다. 내년에 딸기를 많이 심기로 한 계획은 없던 일로 하고 올해도 그나마 23포기만 심은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텃밭에 딸기 좀 먹자고 거창하게 방조망을 설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예 포기하자니 공들여 심어놓은 딸기가 아까워 참으로 난감하다. 딸기가 없는 아침 식탁에서 아내랑 딸기 얘기를 이어가는데 마침 텃밭에 물까치가 날아오는 것이 주방 창을 통해 보였다. 식탁에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검은 새 머리가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폼이 딸기 고랑 사이를 뛰어다니며 익은 것을 찾아다니는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조금 전에는 고라니가 세 마리가 텃밭으로 내려와 혹 저것들 소행인가 의심도 해보았는데 못된 물까치가 범행 현장을 활보하는 것을 보니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딸기 모종을 심고 하얀 꽃이 얼른 열매가 되기를 아내와 내가 고대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물까치가 더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백번 양보하여 내가 반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물까치가 배려를 해준다면 나도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겠는데 이것들은 떼로 다니며 익자마자 모조리 건드려 내가 먹을 것은 하나도 없다. 고민 끝에 아내가 제안한대로 작은 하우스를 텃밭에 만들기로 했다. 딸기 묘를 하우스에 넣으면 못된 새들로 부터 안전할 것이다. 단지 딸기 좀 먹자고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하우스까지 만드는 것은 사실 어리석은 일이지만 이건 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집은 산 아래 첫 집이라 벌을 치면 곰이 내려오고 고구마를 심으면 산돼지가 온다. 몇 년간 토종벌을 치다가 그만두었고 고구마 농사는 한 해만 짓고 말았다. 어쩌면 쓸데없는 고집일 지도 모르겠지만 경우 없는 물까치한테 더는 지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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