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아픔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빈집·폐교 문제는 지방에서는 더 이상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특히나 인구 감소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군단위 농어촌 지역일수록 그에 대한 압박은 더 심하다. 함양군의 현재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 밖에 있는 모든 지자체들이 이 골칫거리 빈 공간을 유의미한 공간으로 바꾸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성공적인 사례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다. 함양군 또한 다른 사업과 연계하는 방식 등 관련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있다. 인구 감소라는 파장으로 늘어난 빈집·폐교인 만큼 지방 인구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현재로 봤을 때 빈 공간이 지역에 차지하는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주간함양은 방치돼 왔던 빈집·폐교를 활용함으로써 아름다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현장들을 직접 방문해 변화의 과정을 들어보고 그 다양한 특색들을 탐색하면서 재활용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빈집·폐교2. 주민 모두가 예술인이 되는 공간 ‘문화아지트 빨래터’3. 빈집 활용으로 활기를 되찾은 ‘죽리마을’4. 폐교에서 특별한 공간으로 ‘오월학교’. ‘후용공연예술센터’ 우리 지역에 남아있는 빈집·폐교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 문제 그리고 출산율 저하 등 농촌지역의 피폐화는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방소멸 위험지역으로도 지정된 바 있는 함양군. 그것을 방증하는 하나의 예로 지목되고 있는 빈 건물들은 쓸쓸히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특히 우리 함양군과 같이 소규모 군단위 지역의 빈 건물들의 방치 기간은 다른 시단위 지역의 빈 건물들 보다 상대적으로 길다. 빈집은 도시에 거주하는 주인들이 팔려고 내놓지도 않고, 내놓은 집이라 해도 고쳐쓰기 힘들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폐교의 경우 상황이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어두운 인구 전망과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한 부분을 생각한다면 추가 폐교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첫 편에서는 빈집 및 폐교와 관련한 타 지역의 주목할 만한 활용 사례를 탐색하기 앞서 함양군의 현재 상황을 먼저 짚어보기로 했다.애물단지 빈집한국부동산원에서 지난해 진행한 빈집 실태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함양군내 빈집은 현재 총 234동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등급을 나누는데 당장 수리없이 사용해도 될 정도의 빈집이라면 1등급,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면 2등급, 상태가 불량해 정비 대상이라면 3·4등급으로 분류된다. 관내 총 234동의 빈집 중 1등급은 64동, 2등급 86동, 3등급 45동, 완전한 철거가 요구되는 4등급은 39동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방치된 빈집 문제와 관련해 현재 함양군에서는 빈집수선 사업, 귀농귀촌을 위한 빈집 리모델링 사업, 슬레이트 빈집 철거사업 등을 매년 해왔다. 먼저 빈집수선 사업은 인구늘리기 지원사업으로 1년이상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은 빈집을 임대 또는 매매해 이주한 귀농, 귀촌자에게 지붕, 벽체 창호 등의 수선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같은 기간 진행되는 주택설계비 지원 사업은 총 20세대를 대상으로 1세대 당 200만원씩을 지원한다. 빈집 리모델링사업은 1년 이상 된 빈집을 대상으로 모집해 심사를 거쳐 임대주택으로 선정되면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임대차 계약 체결 후 리모델링 비용의 80%, 최대 15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빈집에 대한 나름의 대응을 하고 있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상황(빈집 수선사업), 슬레이트 빈집 철거사업 관련 사업대상자가 2중으로 절차를 이행하고 있는 부분(환경위생과·민원봉사과) 등의 문제도 있었다. 빈집 관련 사업만큼이나 소유자가 빈집을 처리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관내에는 철거가 필요한 노후 빈집(3, 4등급)의 소유자가 경비 문제로 철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소유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빈집 처리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환경적으로나 안전적으로 유해다고 판단되면 지자체 차원에서 60일 이내 철거 또는 보수 명령을 내릴 수 있으나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제대로 이행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다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과태료 부과나 이행 강제금 부과 등을 추가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에는 철거 작업이 전보다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폐교 쓰임새 많아질까함양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함양군의 총 폐교 수는 35개교로 2020년 2개교(휴천분교, 백운초등학교)를 매각해 총 30개교가 매각 완료된 상태다. 현재 자체활용은 2개교(천령유치원, 산촌유학교육원), 미활용 폐교는 3개교(광월분교, 팔령초등학교, 화남분교)가 있다. 매각률 86%로 경남 전체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병곡면의 광월분교의 경우 올해 매각이 완료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미활용 폐교는 2곳에 불과하다. 미활용 폐교 중 팔령초등학교의 경우 해당 주민들이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가 사라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최근 관내 입학 통계 자료에서 나타난 흐름이나 전국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볼 때 미활용 폐교가 늘어날 경우를 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미활용 폐교와 관련해 경남교육청은 지난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소규모학교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역민·지자체와 함께하는 폐교 활용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폐교활용법 개정 안건을 교육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는 활용 시설과 수의계약의 범위를 넓혀 지역민이 원하는 용도로 폐교 활용을 활성화하고 지자체 공익사업의 보장과 교육청의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려는 의지에서 추진됐다.올해 경남교육청은 지역과 상생하는 폐교 활용 방안을 구상하는 등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미활용 폐교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의 폐교 쓰임새는 더욱더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이어지는 회차부터는 빈집과 폐교를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주목을 끌었던 지역의 움직임들을 순차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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