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은 관람과 표현 장이라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지지만 한편으론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한 조각, 먼 곳에서 찾아온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 또는 발견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문화적 소비가 늘어난 현대사회에 들어서 문화 인프라는 곧 그 지역의 수준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절반 이상을 담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군소 지역인 함양군에도 예술의 바람이 불 수 있을까. 함양지역 내 건립되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함양용추아트밸리. 함양의 문화 예술을 꽃피울 미술관 함양용추아트밸리가 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아가는 데는 긴 시간과 함께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같은 군 단위면서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는 선진 미술관 및 예술촌 등을 찾아 그곳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함양용추아트밸리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1. 작은 미술관의 역할 화순군립석봉미술관2. 국내최초 군립미술관 보성군립미술관3. 미술관 운영의 성공사례 양평군립미술관4. 예술인과 전시회 관람하는 의령예술촌5. 나비축제와 함평미술관6. 함양용추아트밸리 변신을 준비하자
미술관 운영의 성공사례 양평군립미술관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에 위치한 양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12월에 개관한 국내 군립미술관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 꼽힌다. 예부터 양평은 우리나라 인구대비 예술가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예술인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역적 특색이 한 몫 하면서 양평군립미술관은 내실이 튼튼한 미술관으로 자리를 잡았다.양평군립미술관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현대미술기획 창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 누적관람객 110만 명에 육박하는 군립 단위 미술관에서는 보기 드문 문화공간이다.일대 대지 8069㎡에 건물면적 4184㎡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세워진 미술관으로 전시관뿐만 아니라 교육시설, 컨퍼런스룸, 라이브러리, 키즈룸, 세미나실, 카페 등을 갖추고 있다. 현장체험 위주의 공간 확보 및 테마형 전시기획은 양평을 문화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전적인 틀에서 벗어난 양평군립미술관양평군립미술관은 ‘기획 중심 미술관(Planning)’, ‘참여하는 미술관(Interactive)’, ‘창의적 문화를 생산하는 미술관(Creative)’, ‘전문 미술관(Special)’이라는 네 가지 운영 기본 원칙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 계절별로 개최하는 기획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이 이를 뒷받침 한다.계절별(봄, 여름, 가을, 겨울, 특별기획, 야외미술) 다양한 기획전시 및 창의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은 물론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에게 예술문화를 공유하며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연간 8개 이상의 전시기획과 전시연계, 창의교육 및 문화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생활문화축제인 ‘별아트마켓’은 이제 양평군립미술관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 됐다.특히 개관한지 3년도 되지 않은 시점 2014~2015년에 ‘경기도 공사립 박물관·미술관 지원 사업’에서 최우수상을 2년 연속으로 받았다. 또한 작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3년 연속 선정’(2019, 20, 21)되면서 수준 높은 교육과 이를 운영하는 미술관 관계자의 노력이 돋보였다.예술을 넘어 교육 프로그램까지양평군립미술관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눈으로만 즐기는 예술을 넘어 다른 시각과 생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전시 기간에 열리는 ‘주말어린이예술학교’가 있다. 아이들이 전시 주제에 대한 내용을 듣고 각자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만들어 낸다.또한 2015년에 실시한 ‘신나는 한국 미술사 놀이’는 유·초등생들이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미술 역사에 대해 배우는 것으로 신라의 〈반가사유상〉, 고구려의 〈사신도〉, 백제의 〈금동대향로〉, 조선의 〈문자도〉 등 딱딱하기만 한 시대별 대표 작품을 재미있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나만의 문화제를 만들어보며(나만의 3층 석탑 만들기, 자석을 이용한 고려청자 만들기, 수원화성 부채 만들기, 타일 아트를 이용한 조선백자 만들기 등) 고전적이고 어렵게만 느낄 수 있는 미술사를 만들기 체험과 같은 활동을 통해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는 평가를 내놨다.
끊임없는 노력 끝에 얻은 성과지역의 특수성을 활용하고 있는 양평군립미술관은 여느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기획전과 다르게 전시 기간이 짧고 빠르게 흘러간다. 다채로운 문화를 빠르고 간결하게 지역민들에게 공급하면서 높은 문화생활을 공유하고 있다.그러나 그 뒷면 지금의 양평군립미술관이 있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족한 부분을 요청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며 지금의 미술관을 만들었다.라현정 학예연구사는 “미술관 운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연계성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다고 지역적인 특색만을 추구하지 않고 동시대성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전문가를 적소에 배치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모든 업무를 전문가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많은 투자를 받아 좋은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결국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끝으로 라현정 학예연구사는 “행정기관과 꾸준히 소통하여 작은 변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시대도 변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는 만큼 미술관이 하나의 공간이 아닌 지역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 그 지역의 랜드마크도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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