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자아계발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고, 그런 요구에 부응하여 지자체에서도 능동적으로 다양한 취미 프로그램을 계발해서 지역민의 삶에 활력을 주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종합사회복지관, 문화원, 도서관 등 많은 곳에서 취미 활동 프로그램들이 넘쳐나서 행복한 고민을 하는 분위기다. 많은 취미활동 중에서 특히 수채화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분들이 많고 전시 등 활동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기에 수채화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근대적인 수채화가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 때이다. 그렇지만 선교사나 서양화가들이 와서 우리나라 풍경을 그리고 간 것은 몇 있어도 우리나라 화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거나 따라 그리지는 않았고 서양미술이 저런 것이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들어와서 일본에 가서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화가들에 의해 서구의 수채화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수채화 전문 용지가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용지 공급이 어려워져 일반 종이에 수채화를 많이 그렸다. 해방 이후 미군들이 들어와 학생들에게 켄트지 같은 도화지가 보급되었는데 연필로 그리는 데생용 종이라서 수채화의 다양한 기법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반 종이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겹치기 기법이 사용되었고 번지기 기법은 불가능하여서 수채화는 물감을 겹쳐야 된다는 수채화 기법이 제한적으로 표현되었다.
종이의 한계로 자연스런 번지기 기법 표현이 어려웠기 때문에 수채화의 다양한 기법이 인식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수채화를 템페라(안료에 수성 용매를 섞어 만든 물감), 과슈(고무를 수채물감에 섞어 불투명효과를 냄)를 사용해서 그리면 왜 수채화를 유화처럼 그리느냐고 의아해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수채화 화가들조차도 수채화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오로지 투명수채화만 고집하는 것이 수채화 발전을 더디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다. 수채화 용지에는 프랑스의 아르쉬,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영국의 와트만지 등 수채화 전문용지가 다양하게 나오고 종이의 강도, 표면 질감에 따라 종류가 수십 종류가 된다. 수채화 종이의 발달 경로를 보면 중국에서 제지 기법을 배워서 파브리아노 지방에서 목화면을 이용해서 종이를 제작, 그것이 파브리아노에서 시작되어서 주변에 공방들이 들어서고 조합을 이루고 그곳에서 파브리아노라는 상표를 붙여서 공급하기 시작하였다. 아르쉬나 켄슨도 비슷한 경로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으며 종이의 수준은 브랜드마다 차이가 난다.
그 중에서 아르쉬는 100% 코튼지를 사용하므로 가격이 가장 비싸다. 영국이나 수채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대부분 화가들이 과슈나 템페라를 많이 사용한다. 우리가 아는 불투명 수채화를 많이 한다. 그래서 수채화기법이 다양하고 표현기법도 다양하다.
그림 감상을 할 때 좋은 그림은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색상대비, 명도대비, 면적대비가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그기에, 하모니를 이루고 율동이나 균형 이런 것이 있어야 좋은 그림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서 그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빛이 있는 곳은 따뜻한 성질이 있는 색을 칠하고 그늘에는 차가운 색을 넣고, 항상 그 패턴이 규칙적으로 있어야 좋은 그림이 될 수 있다. ‘묘사를 잘하면 좋은 그림이다’라고만 할 수 없다.
서양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묘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그림의 기본, 또는 근본이 아니다. 그림의 근본은 일단 컴포지션(구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졌을 때 훌륭한 그림이 된다. 그런 바탕 위에 묘사력이나 색감들이 잘 이루어지면 더 좋은 그림이고 드러내고자 하는 이미지를 좀 더 부각시키는 그런 테크닉도 있어야 명화가 된다.
취미로 그림을 시작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내가 소질이 있을까 하고 많은 두려움에 용기가 쉽게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리 타고난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무인도에서 혼자 그림을 그려라 한다면 그릴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결국에는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채화를 시작하려는 군민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그림으로 인해 흥미를 느끼고 삶의 위안을 받는다면, 기초가 없으면 어떻고 색칠을 못하면 어떨까.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재능은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평생 취미생활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화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린 그림은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작품이고 나의 흔적 이므로 그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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