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예술공간은 관람과 표현의 장이라는 점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지지만 한편으론 지역민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한 조각, 먼 곳에서 찾아온 이에게는 새로운 세계 또는 발견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문화적 소비가 늘어난 현대사회에 들어서 문화 인프라는 곧 그 지역의 수준을 말한다고도 볼 수 있다. 수도권이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절반 이상을 담고 있는 이러한 현실에 군소 지역인 함양군에도 예술의 바람이 불 수 있을까. 함양지역 내 건립되었으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 최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함양용추아트밸리. 함양의 문화 예술을 꽃피울 미술관 함양용추아트밸리가 지역 문화·예술 공간의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아가는 데는 긴 시간과 함께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같은 군 단위면서 다양한 특색을 가지고 있는 선진 미술관 및 예술촌 등을 찾아 그곳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봄으로써 함양용추아트밸리의 미래를 그려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1. 작은 미술관의 역할 화순군립석봉미술관2. 국내최초 군립미술관 보성군립미술관3. 미술관 운영의 성공사례 양평군립미술관4. 예술인과 전시회 관람하는 의령예술촌5. 나비축제와 함평미술관6. 함양용추아트밸리 변신을 준비하자국내최초 군립미술관 보성군립미술관전남 보성군 문덕면에 자리한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은 1993년 12월 개관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최초 군립미술관이다. 보성군 출신 서양화가로 국전 심사위원 등을 지낸 백민 조규일 화백이 자신의 작품과 소장하고 있던 국내외 유명 화가의 회화 작품 등 350여 점을 보성군에 기증하고, 보성군이 폐교된 초등학교를 미술관으로 수리하면서 문을 열게 됐다.70년대 말 유럽 여행 당시 시골 무명 화가가 자그마한 공간을 마련해 자신의 미술관을 건립한 것을 보았던 조규일 화백은 그때부터 미술관 건립의 꿈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고 한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나 결국 그 꿈을 자신의 고향에서 실현시킨 것이다.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폭에 담기 위해 평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조규일 화백은 현재 80이 넘은 나이에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역사가 묻어나는 보성군립백민미술관3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은 연건평 1,190m² 규모 2개층으로 국내관, 국제관, 백민관, 자료실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 외 작품 1000여 점을 소장 및 전시하고 있다. 먼저 2층의 국내관은 전시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자연채광시설로 기획전시실을 겸하고 있다. 국내관에는 오지호, 류경채, 김원, 손재형, 허백련, 오승우 등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의 작품과 원로 중진 작가의 작품 그리고 조선시대 김상헌, 신위, 노옥계, 허소 등의 서화작품과 송운회, 김구의 서예 작품 등 소장작품이 미술관에 온 손님을 맞이한다.국제관의 소장작품으로는 제정 러시아시대의 성화와 러시아의 국보급 하바로스크의 원조화가인 쏘스키 뫄시리 니꼬라 예위츠, 고려족으로 국제적인 화가인 박성룡(니꼴라이 박) 등의 작품이 있다. 일본 작품으로는 1970년대 일본 중등학교 미술교과서에서도 소개된 원로작가 다카하시 마사루의 작품을 포함한 현대 미술작가의 설치, 판화, 사진 등 다양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 외 프랑스 작가 알렝 본느프와 룩 디버스 등의 판화 작품과 북한의 공훈화가들의 조선화, 중국 출신 장사보의 서화작품 등도 국제관을 빛내고 있다.특히 이 국제관에 걸려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조규일 화백이 직접 수입한 것으로 알려진다.국제관과 같은 1층에 자리한 백민관으로 이동하면 조규일 화백의 1950년대 초기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대작과 소품이 상설 전시되어 있어 작품이 시대별로 변모되는 경향을 맛볼 수 있다.지역 예술인과 미술관이처럼 조규일 화백의 역사와 동·서양의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의 관장은 현재 장남인 조현씨가 맡고 있다. 조규일 화백은 아들 조현 관장을 비롯한 자녀와 함께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가족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전남대 미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조현 관장은 현재 서양화가로도 활동 중이다. 예술인을 넘어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 아버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조 관장은 지역 예술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곧 지역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조현 관장은 “지자체 등의 기관에서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미술관 차원의 지원은 아니지만 현재 보성군의 경우 보성 아트홀이라는 예술 공간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지역 작가 우선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미술관 운영과 관련해서는 예전과 달라진 미술관 관람 문화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 관장은 “과거 당시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외곽에 위치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 영향으로 보성군립 백민미술관 또한 문덕면에 위치하게 됐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접근성이 굉장히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관람에 대한 개념이 많이 바뀌어서 단순히 전시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편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 휴게시설 등의 공간을 잘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지난번 다녀온 화순군립석봉미술관과 마찬가지로 보성군립백민미술관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침묵을 걷어내고 새로운 앞날을 기다리고 있다. 조 관장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관람 방문이나 미술교실, 프로타주 등의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멈췄다시피 했다”며 “미술관 건물 앞 공원 정비 등 계획했던 것들을 이제 서서히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보성군립백민미술관에서는 2022 한국현대작가 22인 초대전 ‘내일의 현대미술’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오는 5월31일까지 보성군립백민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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