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대표하는 진보적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 1908~2006)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고 1934년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77년에 저술한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tainty)는 그의 명저 가운데 하나이다. 갈브레이스는 그 책에서 당시(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 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했다. 그의 책이 발간된 지도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불확실성’을 넘어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평가 한다. 갈브레이스의 주장을 근거로 보면 오늘 우리가 겪는 불확실은 ‘지도 원리’, 다른 말로 표현하면 ‘통치의 힘’이 사라진 시대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중국 역사에서 주 나라의 왕실이 약해지자 각 지의 제후들이 힘을 가지며 춘추 전국 시대가 열린 것과 같은 상황이다. 절대적 통치자가 사라진 시대에 백성들은 누구를 따라야 할까를 고민하며 불안 해 한다. 사람들은 구속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하기도 한다. 이렇게 얻은 자유를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가 부담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사람이나 조직의 힘에 의해 자신의 자유는 제한되었지만, 그 대가로 보호받고 안정을 누리며 살았던 모습이 있다. 그동안 믿고 있던 사람과 조직, 사상이 ‘나를 보호 줄 것’이라는 생각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큰 불안을 느끼는 사람은 당연히 우크라이나의 국민이다. 이들은 전쟁 피해의 당사자로서 생사의 기로에서 개인의 불안과 국가의 불안 함께 안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다음은 주변국의 불안이다. 러시아의 확장으로 위협을 느끼는 동유럽 국가들의 불안, 그리고 유럽의 불안이다. 유럽은 이번 전쟁으로 인해 군사, 경제적 불안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다음은 세계의 불안이다. 그동안 세계는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었다. 원자재, 1·2·3·4차 산업 등 다양하고 복잡하게 분화되고 연결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균열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함양에 사는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일반인들이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은 기름값이다. 휘발유, 경유, LPG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기름값은 뭐라 말할 수 없다. 기름값의 인상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구조다. 이런 경제적 불안정 속에서 사람들의 불안은 더 커진다. 이런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은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그것이 국가든, 회사든, 개인이든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 구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우리가 세계 경제 구조를 바꾸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경제 구조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정반합의 원리처럼, 지금의 불안은 지난날 우리가 만든 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문제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그 방향이 바뀌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여전히 생산과 소비를 기반으로 한 자본 중심의 경제 구조를 지향한다. 이 구조가 우리의 불안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을 가져다줄까? 자본을 넘어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 지역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사는 경제를 만들지 못하면 불안은 미래에도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봐야 한다. 나는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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