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장날에 묘목을 다섯 그루 사와서 심는데 구분이 안 된다. 살 때는 기억을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심으려고 하니 그놈이 그놈이다. 홍매, 수양 홍매, 벚, 능수 벚, 해당화 이렇게 다섯 그루 가져왔는데 이름표가 없으니 구분이 안 된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막 심다 보니 한 그루는 가시가 있다. 해당화다. 해당화를 처음 보지만 장미과라 가시가 있을 것이다. 매화 두 그루와 벚 두 그루는 내년에 꽃이 피면 뭐가 뭔지 알게 될 것이다. 묘목 상인은 심고 나서 거름이나 비료를 일체 주지 말라고 한다. 손가락만큼 가는 묘목이라 거름을 듬뿍 줘서 얼른 키우고 싶은데 열매를 키우는 나무가 아니고 꽃을 보는 나무라 별다른 영양분은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지난 가을에 축대를 쌓고 개간한 문전옥전 가장자리에 충분한 거리를 두고 심었다. 다행히 얼마 전에 심은 장미 13그루는 장미 전문점에서 받아 심은 거라 모두 이름표가 달려있다. 그런데 경험에 의하면 이런 이름표도 몇 년 지나면 인쇄가 바래고 태그가 떨어져나간다. 집 주변에 오래된 장미들이 있는데 이름을 아는 것들도 있지만 태반은 모른다. 이름을 모른다고 장미가 향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꽃이 피었을 때 이름을 불러줄 수가 없으니 살짝 아쉽다. 그래서 이번에 심은 장미 열세 그루는 따로 기록을 해두려고 나만의 꽃나무 밴드를 만들었다. 밴드 이름은 ‘귀감 정원’으로 나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 설정이다. 나만의 정원 밴드를 만들고 사진과 함께 집 주변에 심은 꽃과 나무를 기록해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을 쉽지 올릴 수 있어 옛날식으로 수첩에 일기를 쓰는 것보다 편리하다. 검색도 가능하기 때문에 기록을 쉽게 찾을 수도 있다. 귀감 정원 밴드에는 장미 13그루 묘목 심은 사진이랑, 얼마 전 일년초 10여종 파종한 것 사진부터 올려놓았다. 장미 13 그루는 펜스를 따라 심고 새로 꾸민 축대 위 아래 나눠 심었다. 이제 귀감 정원 밴드에 기록을 해 놓았으니 세월이 흘러 이름표가 바래고 태그가 떨어져도 언제든지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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