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우편함이 또 망가져 망가지지 않는(오~믿쎰니다~) 철제 우편함을 주문했는데, 기둥은 오지 않고 머리만 두 개 왔습니다. 잘못 배송된 한 개를 기둥과 맞교환 신청했는데 택배가 이번에는 기둥을 가져오고 머리를 두개 다 가져가버렸네요. 잠시 안 보는 사이에 말입니다. 반품 송장을 두 개 두고 간걸로 보아 택배직원이 잘못한 것은 아니고 판매업체에서 실수로 두 개를 다 수거해오라고 한 것입니다. 편지가 오고 가고 해야 하는데 우편함이 오고 가고 하네요. 지난 늦가을 마당 축대공사하면서 굴삭기가 실수로 우편함을 먹어 버린 뒤 새로 만들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번에 그냥 빨간색 철제 완성품을 주문했습니다. 그 전에는 나무로 두세 번 손수 만들기도 했는데 솜씨가 없어서 그런지 다 쉽게 망가지고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가을 이후로는 우편함이 없어 우편물은 데크 난간 위로 배달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요즘 받는 우편물이래야 다 청구서라 어쩌면 내가 의도적으로 푸대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작 내가 받고 싶은 것은 봄소식이니까요. 우편함이 없다고 봄소식이 오지 않지는 않습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이 가고 봄이 온 거 같습니다. 왔다가 아니고 온 거 같다고 하는 것은 봄은 그냥 애인이 품에 안기듯 덜렁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오다가 어느 순간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지 모르는 조심스런 봄입니다. 어제 안약이 떨어져 함양 읍에 있는 안과에 갔더니 장날이더군요. 날씨도 화창하여 난장에 꽃모종과 묘목 상인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앞마당 펜스 아래 새로 만든 플랜트박스에 심을 꽃모종을 종류별로 많이 담았습니다. 계산하기 전에 상인에게 지금 노지에 심어도 괜찮은 거지요? 하고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아직은 노지에 정식을 하면 안 되는 꽃모종이 많아 대부분 도로 내려놓고 추위에 강하다는 것들 몇 개만 겨우 건졌습니다. 마음은 봄인데 날씨는 아직 아닙니다. 봄이 언제 차갑고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지 모르는 겁니다. (지금 노지에 심어도 되는 모종: 라넌큘러스, 캄파뉼라, 한련화...) 지난 가을 축대공사하면서 꽃나무가 많이 없어져 새로 심을 장미를 13포트 주문했습니다. 병충해에 강하고 꽃이 봄여름 가을 계속 피고 진다는 품종을 고르고 골랐네요. 몇 개는 덩굴장미로 축대에 기대어 키우려고 합니다. 나머지는 대부분 사람 눈높이에 맞춰 피는 장미고 한 품종은 언덕을 풍성하게 덮는 덤불장미랍니다. 나도 부자가 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올 봄에는 장미를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꽃씨도 열 가지 주문했고 일부는 이미 파종하였습니다. 꽃샘추위가 아직 있겠지만 빠르든 늦든 싹은 틀 것이고 새로 만든 플랜트박스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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