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게 참 얄궂다. 매년 담그는 김장도, 매일 만드는 반찬도 똑같은 맛을 내기 힘들다. 어떤 날은 물러 식감이 떨어지고 어떤 날은 간이 세거나 싱겁다. 요리사의 손끝 체온이나 주무르는 강약,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도 음식 맛은 달라진다고 한다.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는 어머니도 예외일 수 없다. 엄마손맛이 한결같다가도 가끔은 미묘한 차이를 일으킨다. 그때마다 어머니께 “다시!”라고 외치는 아들이 있으니 그가 함양닭칼국수집 사장 최영현씨다. 함양닭칼국수 밑반찬은 최영현씨의 어머니 임민자 여사가 책임진다. 매일 만드는 밑반찬은 최 사장의 맛보기 테스트를 거쳐야 손님 상에 놓인다. 깐깐한 아들 입맛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대로 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식재료값이 많이 들긴 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손님께 창피한 음식을 내놓을 순 없으니까” 임민자 여사는 아들에 대해 “어릴 때부터 요리를 곧잘 했어요. 국, 찌개, 하는 것마다 맛도 있었구요” 식당을 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최영현씨는 요식업에 관심이 많았다.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며 일하던 영현씨는 칼국수를 좋아해 유명한 칼국수집을 찾게 됐다. 영현씨는 서민음식 칼국수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365일 찾는다는 닭고기에 보양식으로 전복을 곁들인 닭칼국수집을 직접 운영하기로 결심했다. 닭칼국수는 무엇보다 육수가 중요했다. 칼국수로 유명한 대전을 시작으로 강원도부터 전라도까지 닭칼국수집을 찾아다니며 육수를 연구했다. 주인에게 비법을 물어보면 퇴짜를 맞고 욕을 먹기도 했다.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했지만 몇 번을 다시 찾아갔다. “그땐 얼굴에 철판을 깔았죠. 간절하기도 했구요. 20~30년간 쌓은 결실을 한 번에 낚아채려 하냐는 구박을 받기도 했고 겨우 비법을 얻기도 했어요” 아무리 훌륭한 비법을 얻었다 하더라도 마지막 맛은 최영현씨로부터 완성되어야 했다. 쉽지 않았다. 재료를 바꿔가며 육수를 우려내도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임민자 여사가 던져준 힌트 ‘불 조절’. 육수를 만들 때 재료는 물론 우려내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불 조절이 관건이란 사실을 그때 알았다. 영현씨의 육수 비법은 알 수 없지만 7가지 재료 중 인삼이 들어가는 사실은 공개했다. 하지만 함양닭칼국수에서는 삼 맛도, 향도 나지 않는다. 그게 비법이란다. 닭칼국수는 육수만큼 중요한 것이 닭이다. 함양닭칼국수는 닭을 조각내거나 찢지 않는다. 온마리는 아니더라도 닭다리 하나는 정확히 손님 상에 올려진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닭도 하루에 두 번 삶는다. 닭 냄새를 잡아내고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는 비법은 임민자씨만 안다. 아들이 갖고 있는 육수 비법은 어머니에게조차 비밀이고 어머니 또한 닭 삶는 비법을 아들에게 전수하지 않았다. ‘이 집 묘하네’ 육수는 세 번 끓인다. 점심 손님이 뜸해지면 원육수를 뽑고 저녁 장사를 마친 후 원육수를 한번 더 우려낸다. 다음날 아침 오늘 장사할 육수를 완성한다. 점심, 저녁 육수도 차이가 난다. 점심 때는 진하게, 저녁에는 점심때보다 육수 농도를 낮춘다. “저녁 손님들에겐 속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하니 낮보다는 좀 연하게 육수를 뽑죠”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입맛만큼 까다롭게 준비한다. 전복은 완도에서 선장님과 단판 끝에 매일매일 생물을 공수해 오고 칼국수면은 위생과 청결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는 업체의 제품을 사용한다. 영현씨는 매일 아침 7시10분 가게에 도착한다. 아침마다 오는 단골손님이 있기 때문이다. 쉬는 날도 없다. 주말에는 리뷰를 보고 찾아오는 타지 손님이 많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성실하게, 정직하게’ 가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영현씨. 함양닭칼국수는 첫째도 맛, 또 첫째도 친절! 맛과 친절을 모두 1순위로 뽑았다. “맛있게 먹고 기분 좋게 가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다음 최영현씨의 목표는 가게가 있는 함양신협 뒷골목 상권이 먹자골목으로 번창하는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도 울고 갈 함양읍 용평길 11-17(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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