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전쟁을 방불케 하던 대선정국에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동안 나라 안팎으로 큰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북유럽에서 진짜 전쟁이 일어났는데 러시아가 유럽의 빵 바구니라고 불린다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그야말로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라 그 파장이 크다. 팬데믹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으로 전전긍긍하던 세계 경제는 에너지와 곡물가가 폭등하면서 식량의 무기화니, 자원전쟁이니 하며 이미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선 듯하다.
국내적으로는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50만 명을 돌파하는 대유행이 멎을 줄 모르고 열흘 넘게 계속된 동해안 산불은 우리 함양면적의 40%에 이르는 삼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겨우 진화되었다. 부동산 거래는 끓어지고 영끌까지 하며 집 장만 대열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금리 인상을 걱정하는 가운데 물가와 환율도 심상치 않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인데 여와 야는 말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표차가 적은 탓인지 고질병이 된 정쟁은 더 심해지는 듯해 걱정이다.
어쨌거나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환호와 탄식을 남기고 끝났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치솟도록 방치한 무능한 집권세력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었고 딱히 잘한 것도 없는 야당은 쉽게 이길 것 같던 선거에서 그야말로 가까스로 이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은 국민의 눈이 더 매서워지고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경상도가 이긴 것도 진보가 패한 것도 아니다. 언제나처럼 집토끼들이 견고하게 우리를 지킨 건 사실이지만 서울 시민들의 표심이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어 이번에는 야당의 손을 들어 준 것뿐이다. 정권교체로 공정과 상식이 회복될지 그냥 기득권의 귀환으로 결과될지는 짧게는 2년, 길어야 5년 후 국민이 평가할 일이니 새 정부는 겸손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선의 소득이 있다면 기성세대의 전유물 같던 정치판에 2030세대가 자기 목소리를 내며 정치적 지분을 확보한 것과 소위 중도의 표심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 소득이다.
그나저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바쁘다. 관내 음식점들이 아연 활기를 띠는 것을 보면 함양도 빠르게 지방선거 분위기에 젖어 들고 있다.
“함양주식회사”의 CEO와 경영진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함양의 현주소와 문제점에 대한 후보자들의 견해와 대책이 공약으로 명확히 제시되어 군민이 평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살기 좋은 고장 함양의 물가가 비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합당한 사유가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 공무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 대한 후보자의 인식과 대책이 제시되었으면 좋겠다. 한두 해면 몰라도 4, 5년을 계속해서 안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공직을 일부 개방하는 건 어떨까? 예컨대 기술센터 소장을 외부 공모를 하면 어떨까? 농정이 혁신될 수도, 공직사회에 새로운 자극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논란이 끓이지 않는 시설관리공단도 시급한 현안이다. 과연 대봉산 휴양밸리는 지속 가능한지, 지역민에 기대에 부응하는 사업으로 발전 가능한지 수익성은 담보할 수 있는지 진단하고 정책을 내고 선거를 통해 군민의 동의를 받으면 어떨까?
함양살이가 어느덧 10년, 이런저런 인연들이 생기다 보니 막상 선택도 쉽지 않을 듯하다. 선거 때마다 승패가 아슬아슬하게 갈려 왔는데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역 선거전문가”의 분석을 고려하면 비교적 이런저런 인연에서 자유로운 귀농, 귀촌인과 2, 30대 젊은이들이 함양의 “중도”인 셈인데 결국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캐스팅 보우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전망을 해본다. 함양의 중도 표심은 어떤 후보를 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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