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블랙홀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론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서 이성적 판단은 ‘멈춤’ 상태로 보류되기 일쑤다. 민주주의 제도의 한계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한 고육책으로 고착화된 지 오래다. 해서 대개 주요 정책의 의사결정 역시 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잠시 늦어지는 것 같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은 측면이 많다. 심사숙고한 만큼 내실이 다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여론이 수렴되고 반영되면서 추진에 가속도가 더해질 수도 있다. 물론 정치적 수 싸움으로 본질이 훼손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정치를 하려면 이 또한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모레 대선이 끝나면 이제는 전국이 ‘6.1 지방선거’의 격랑에 빠진다. 이 와중에 함양군이 지역 최대 현안인 함양군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의회에 제출했다. 함양군 의회는 오는 11일부터 열리는 제268회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함양군으로서는 ‘5 수’에 나선 셈이다. 2016년 이후 산삼항노화엑스포 개최와 대봉산 휴양밸리 개장을 앞두고 시설공단 설립 조례 제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의회에서 3번 부결처리 됐고, 1번은 반려조치 됐던 사안이다. 군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타당성 용역을 실시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주민공청회를 열었다. 2월에는 입법예고와 군민 의견수렴을 마쳤고 3월 조례안이 통과되면 하반기 설립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공단을 출범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종전과 달리 직영 중인 대봉산휴양밸리 8개 시설(모노레일·집라인·캠핑랜드 등)로 한정해서 공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연평균 10억 원의 운영수지 개선 효과가 있어 공단설립이 타당하다’는 지방공기업 평가원의 평가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안전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가 채용으로 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점을 내세워 공단 설립을 어느 때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서춘수 군수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선거 이후 새로 출범하는 의회의 동의를 구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현 의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번 기회에 공단설립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례안 통과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의회가 4번이나 부결 또는 반려했던 사안인데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여전히 강한 반대 여론 등 첩첩산중이다. 함양참여연대는 시설관리공단 조례안 입법예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군은 시설관리공단 조례안 제출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라”고 촉구하며 연일 반대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례 제정 추진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단과 관련된 일자리를 약속 받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신호”라며 “의혹해소를 위해서라도 조례안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공단설립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 여론이 양분된 형국이다. 이제 공은 의회로 넘어갔다.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의회에서 통과 되지 않는다고 해서 지역발전에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쩌면 임기 말 의회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차기 의회 몫으로 넘겨도 무방하다. 함양군의 미래는 한해 ‘10억 원의 운영수지’에 달린 게 아니라 출발은 좀 늦더라도 백년대계의 비전을 제대로 다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춘수 군수가 재선에 도전한다면,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심의 심판을 받아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해묵은 시설관리공단 설립 논란을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말끔히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민심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면 누가 어떤 명분으로 반대하겠는가. 서둘러 좋을 것 없다. 천천히 가더라도 군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다듬어서 진행하는 것이 오래가고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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