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과용 곶감을 포장했다. 했지만 요즘 가정에서 수정과를 만들어 먹는 사람은 없다. 굳이 번거롭게 만들지 않아도 맛난 음료가 지천인 세상이다. 예전에는 한식당에서 후식으로 수정과를 내어주기도 했는데 이제는 뷔페에서나 (잣만 띄운) 수정과를 먹을 수 있을까 달콤한 곶감이 든 수정과를 내는 식당이 더 이상 없어 보인다. 어쨌든 필요한 사람에게는 한 봉 씩 나누려고 한다. 곶감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다보면 미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것도 생긴다. 하우스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곶감은 말라 딱딱해지고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이번에 수정과용으로 지퍼팩에 소분해서 담은 것은 2년 전에 만든 못난이 곶감이다. 못난이지만 냉동 창고에 오래 보관하면 분이 나서 예쁜 곶감으로 변신하지 않을까 기대 했는데 오히려 더 말라비틀어졌다. 못난이가 더 미워진 것이다. 이렇듯 애초에 너무 말라버린 곶감은 방법이 없다. 수정과를 만들거나 우유를 타서 라떼를 만들면 괜찮지만 그냥 먹기엔 너무 딱딱하다. 500그람씩 지퍼백에 나누어 담는데 이것도 공장에서 쿠키 포장하듯 똑같지는 않다. 대체로 말랑깽인데 어떤 것은 분이 살짝 난 상태에서 좀 말캉해보인다. 가위로 잘라보니 속은 건조가 잘 된 옛날곶감이다. 먹어보니 상태 좋은 건시 맛이다. 나눔용으로 포장하다가 생각이 달라진다. 상태가 괜찮은 것들은 선별해서 좀 저렴하게라도 팔아볼까 싶어 잠시 갈등했다. 하지만 요즘 누가 수정과를 만들어 먹을까? 누가 라떼를 만들어 먹을까? 번거롭게 계피물 끓이고 믹서기 돌리지 않아도 먹을 게 지천인 세상이다. 공짜라면 몰라도... 딱딱한 곶감을 2년간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내심 분이 나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곶감의 분은 속이 젤리상태일 때 영하 5~6도에서 잘 나고 수분이 너무 많거나 너무 없으면 나지 않는다. 분은 영하 15~20도에서도 피는데 영하25도 이하에서는 변화가 없다. 나눔용으로 딱딱한 대봉 말랑깽이 곶감과 고종시 말랑깽이를 포장하다가 분이 두텁게 나서 맛있어 보이는 고종시 곶감을 하나 발견했다. 이건 과연 어떤 맛일까 싶어 가위로 잘라 먹어보니 우와 우와~ 세상에~ 내가 만든 모든 곶감이 이랬으면 싶다. 건조가 잘 된 젤리곶감 하나가말랑깽이 못난이 속에 섞여 2년 동안 냉동 창고에서 제대로 숙성이 된 모양이다. 곶감 농사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 비품도 많이 만들게 되지만 우연히 인생 곶감을 만나기도 한다. 못난이곶감을 포장하다가 발견한 숙성이 잘 된 고종시 곶감이 오늘은 한 개지만 내년 이맘때는 또 내 후년 이맘때는 10접이 될 수도 있고 100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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