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도 주말에도 간판을 환히 밝히고 있는 식당이 있다. 함양군 수동면사무소 건너편에 위치한 ‘수마루’ 식당은 커피숍과 나란히 운영된다. 식당입구 “독거 어르신에게 수마루 식당에서 전 메뉴 무료 식사를 드립니다(식당 운영할 때까지)”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수마루 식당은 박차우·장미숙 부부가 운영한다. 지곡면 덕암이 고향인 박차우씨는 창원에서 활동하다 2년 전 수동으로 귀농했다. 부부는 소를 키우면서 식당도 운영한다.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어르신들께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기 위해 식당을 차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장미숙씨는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지도 않아요” 20여년 간 식당을 해 왔던 장미숙씨는 남에게 퍼주며 음식을 대접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어 했다. 남편 박차우씨는 하루 만에 식당을 계약했다. 한 달간 적응 기간을 갖고 홍보한 뒤 바로 어르신 무료식사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찾지 않았다. 박차우씨는 “몸이 불편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생각을 못했죠” 그는 농번기 때 들밥을 배달하며 아내의 도시락이 인기를 얻었던 기억을 되새겨 어르신 도시락배달을 시작하게 됐다. 매주 수요일 박차우씨는 아내가 만들어 준 도시락을 지곡, 마천, 유림, 수동 등을 다니며 600여명 어르신들께 배달한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점심을 드실 수 있도록 오전11시부터 오후1시30분까지 서둘러 배달한다. 주말에는 회관 등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가 도시락을 전달한다.도시락을 배달할 때 그는 용돈을 모아서 산 군것질거리를 함께 가져간다. 초코파이, 두유, 사탕을 가지고 다니며 마을에서 만나는 어르신들께 건넨다. 아내가 만든 맛있는 도시락을 배달하는 덕분에 박차우씨는 어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장미숙씨의 도시락 메뉴는 곰탕, 대구뽈탕, 부드러운 고기요리, 김밥 등 ‘어르신들이 손수 만들기 힘든 음식’이다. 이제는 어르신들이 수요일을 기다리신다. 도시락과 함께 안부를 물어주는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거다. 박차우씨는 “도시락 배달도 즐거운 일이지만 매주 어르신 안부를 챙기는 게 더 즐겁고 중요한 일이 됐어요. 건강이 나빠진 어르신은 자녀분께 연락을 취해 드리죠” 무료식사와 도시락 배달로 바빠진 부모님은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전문 요리사 아들이 식당 일을 돕고 커피숍은 작은 아들이 맡았다. 평생 나누면서 살아온 부모를 그대로 닮아 특별하게 여겨질 일을 당연하게 하고 있는 젊은 고급인력들이다. 젊은이들이 갈만한 곳이 없었던 수동면에 생긴 커피숍은 이제 청년들의 사랑방이 됐다. 수동초·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음료를 5% 할인해서 판매한다.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모든 음료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1월1일에는 떡국 250그릇을 어르신들께 대접했다. 버는 것보다 퍼주는 게 많은 수마루 식당이다. 운영이 될까 의문이 들지만 불가능이 가능한 것은 박차우씨의 젊은 시절 노력의 결과다. 30여년 간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고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적 없었던 박차우씨. 금융맨으로, 변호사로, 건설회사에 건축설계까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만큼 바쁘게 살아 온 그에게 봉사란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쉴 수 없어요” 그에게 봉사는 휴식이었다. 수마루 식당이 불을 밝힌 후 수동에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외지로 나가던 손님도 머물게 되고 외지에서 손님이 오기도 한다. 수마루 불빛은 사람을 불러들인다. 수마루 문을 열면 따뜻한 밥상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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