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무 구덩이를 덮은 흙이 꽁꽁 얼 때쯤이면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글자도 모르고, 달력 볼 줄도 몰랐기에 저녁마다 할머니께 물었습니다. “할무이 설 며칠 남았어?” 할머니께서 5일 이상 남았다고 하시면, 인상을 쓰며 짜증을 부렸습니다. 그리고 저녁마다 새로 물었습니다. “할무이 설 며칠 남았어?” 드디어 할머니께서 5일 이하로 남았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몇 번이고 계산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뭔가 분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가정도 장터를 다니고, 동네 입구 다리 옆에 뻥튀기 장수도 자리 잡았습니다. 별거 없더라도 마음은 넉넉했습니다. 설날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가는 곳, 바로 아랫집 할아버지댁입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그 해에 제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돈을 주셨습니다. 평소 길에서 만날 때 인사를 하면 5원이나 10원짜리 동전을 주셨지만, 그날만은 위풍당당한 종이돈을 주셨습니다. 칼칼한 새 돈을 받으면 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설날만큼은 과소비가 허용되었습니다. 평소에 사지 못했던 연이나 팽이도 샀습니다. 또한 설날마다 거행하는 연례행사가 있었습니다. 위험한 장난(놀이)이라 평소에는 금기시되던 바로 화약놀이입니다. 평소 같으면 몇 개만 터뜨리고 아껴두었을 테지만, 그날은 분수를 벗어났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명절이 때로는 성가실 때도 있지만, 이런 날도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어린애들이 가슴 들뜨는 날, 모든 사람들이 이때만이라도 근심, 걱정을 잊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설날만큼은 물질이 아닌 마음이 우선하는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마음 풍성했으면 좋겠습니다. 향우님들 임인년 새해 호랑이처럼 당당한 걸음으로 전진하십시오. 그 동안 못다 한 꿈을 이루시고, 큰 발전을 이루시는 새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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