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되고 그해 첫 농산물로 수확되는 것, 고로쇠 수액이다. 봄꽃이 피기 전, 봄나물이 쏟아지기 전,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이 자연이 주는 올해의 첫 농산물인 셈이다. 고로쇠를 맛있게 먹으려면 일단 온돌방을 찾아가야 한다. 고로쇠는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뜨끈한 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죽염이나 오징어를 곁들여 포만감이 느껴질 때가지 고로쇠를 마시는 것이다. 고로쇠 수액은 인체에 흡수가 빠르고 이뇨작용을 하여 노폐물 제거에 효과가 있다. 코로나19로 빼앗긴 일상이 많지만 해마다 가족들과 둘러앉아 함께 고로쇠를 마시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함양 고로쇠는 400~1000미터 고지에서 다량 수확되며 계절에 맞게 채취된다. 전국으로 유명한 이유도 밤낮 기온차가 큰 지역에서 생산돼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개인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여 아름아름 판매하던 것을 전국 최초로 상품화 하여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은 임호 함양지리산고로쇠 영농조합법인 총무이사의 역할이 컸다. 함양지리산고로쇠는 전국 최초로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2007년 수액전시판매 센터를 갖추었다. 고로쇠의 계절이 돌아왔으니 임호 이사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임 이사는 취재진에게 고로쇠 수액으로 내린 원두커피를 내놨다. “고로쇠로 밥도 지어 먹고 백숙도 해 봤는데 원두커피는 처음 시도해요. 나쁘지 않죠?” 커피 첫 모금에서 고로쇠 단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임호 이사가 고로쇠를 처음 접한 것은 부산 백화점에서 가공식품 유통을 담당할 때다. 표시기준도 없고 허가도 받지 않은 고로쇠를 팔겠다고 어느 농부가 찾아왔다. 판매를 하려면 상표등록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돌려보냈지만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 그 당시 고로쇠를 상표등록하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저에게도 힘든 작업이었으니까요” 전국에 고로쇠 채취하는 사람들이 모여 2005년 창립한 사단법인 한국수액협회는 2007년 고로쇠를 기타가공품으로 등록했다가 2021년부터 임산물로 판매하게 됐다. 고로쇠가 농산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수액채취를 위해서는 산림청에서 제시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지켜야 한다. 채취허가증도 있어야 하고 채취기간도 정해야 하며 복구계획서도 산림청에 제출해야 채취가 가능하다. 한국수액협회 함양군지회는 농가에서 이러한 절차를 잘 지켜 고로쇠를 채취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점검한다. “그래서 함양고로쇠를 믿고 마실 수 있어요. 어느 지역보다 함양은 이런 과정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죠” 함양고로쇠 신뢰도가 쌓이게 된 것은 함양지리산고로쇠영농조합법인에서 여과처리된 수액을 제품화 한 것이 계기였다. 조합원들이 채취해 온 고로쇠수액을 3단계에 걸쳐 여과 처리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물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100퍼센트 수액만을 포장한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고로쇠를 판매하니 맛을 본 고객들은 해 마다 함양고로쇠를 찾는다. 임호 이사는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며 조합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준 조합원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고로쇠가 뼈에 좋다는 것은 연구결과로도 나와 있다. 이 외에도 변비나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니 현대인이 섭취하면 좋은 농산물이다. 고로쇠는 냉장에서 한 달가량 보관가능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뿌옇게 뜨는 침전물은 섬유질이 천연자당과 엉켜 생겨나는 현상이므로 인체에는 해가 없다. 동지가 지나고 봄이 시작되는 것을 식물이 가장 먼저 알아챈다. 본격적으로 함양고로쇠가 출하되는 시기다. 빛을 보면 상품성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새벽에 작업을 한다는 임호 이사. 해 뜨기 전 함양고로쇠의 건강한 단맛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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