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산책길에서 업어온 어린 길냥이 모시가 4키로까지 몸이 불어 암고양이가 되기 전에 서둘러 중성화수술을 시켰다. 재작년 수컷 수리를 중성화 시킨 적이 있어 방법은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수술 시간과 회복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함양 읍에 있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수술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고 마취도 풀려야 하니 한 시간 반 뒤에 데리러 오라고 한다. 살짝 당황스러웠다. 수컷 수리 중성화 했던 것 생각하며 수술하는 거 잠시 기다렸다가 반창고 붙이고 데려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암컷은 수컷처럼 간단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럼 한 시간 반 동안 뭐하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깎았는데 그래도 한 시간 이상 남았다. 내가 가는 단골 미용실은 남자 미용사가 머리를 엄청 빨리 깎아준다. 가위는 한 가지만 사용하는데 손놀림이 무지 빠르다. 다른 미용사들보다 두 배는 빨리 깎아주기 때문에 끝나고 계산할 때 나는 항상 빨리 깎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빨리 깎아주는 것이 별로(전혀) 고맙지가 않았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딱히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어 마트에 가서 과일 몇 개 사고도 시간을 더 때우기 위해 목욕탕에 갔다. 코로나 이후로 목욕탕에는 거의 안 가지만 이용객이 별로 없을 것 같은 한적한 목욕탕에서 시간을 때웠다. 수술이 끝난 모시는 마취가 덜 깨어 몸을 가누지를 못했다. 목카라를 씌워놓았는데 암고양이는 수컷처럼 간단하게(?) 방울을 떼어내는 수술이 아니고 개복수술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좀 놀랐다. 칼로 짼 부위는 실로 꿰맸는데 핥으면 곪기 때문에 목카라를 씌워 놓은 것이다. 항생제도 6일치 처방받았다. 목카라는 2주간해야 한다고 하는데 마취가 덜 깨어 비실비실한 모습을 보니 내가 모시에게 못할 짓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고양이는 출산 후 바로 임신할 수가 있고 한해에 여섯 번 까지도 출산이 가능하다고 하니 같이 살려면 어쩔 수가 없다.사흘은 목카라 때문에 힘들어했다. 밥 먹기도 불편하고 물 먹기도 불편한 목카라를 떼어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수의사가 2주간 해야 한다고 했기에 다른 생각을 못했는데 주위에서 목카라 대신 환묘복을 입히면 된다고 해서 즉시 구입했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 날씨에 고양이에게도 옷을 입히면 방한도 되고 보기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막 들던 참이었다. 목카라를 버리고 노란 환묘복을 입은 모시를 보니 흐뭇했다. 노란 새 옷을 입은 모시는 귀엽고 보기도 좋았다. 밖으로 다닐 때 옷을 입고 다니면 따뜻할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내 생각이었다. 모시는 새 옷을 좋아하지 않았다. 동영상을 참고해가며 어렵게 입힌 환묘목을 모시는 밤새 기술적으로 벗어던졌다. 다시 입혔는데 어쩌다 보니 옷이 또 안 보여 데크 밑에서 찾아 엄하게 꾸짖고 다시 입혔다. 하지만 모시의 선호는 확실했다. 모시가 또 다시 옷을 벗어 던졌고 이번에는 집 주변을 아무리 찾아도 옷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는 입지 않으려고 찾을 수없는 곳에 숨기고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모시에게 다시 목카라를 씌웠다. 중성화 수술 6일째, 모시는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우아하게 목카라를 하고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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