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106장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래벌 갈매와 사슴들을 벗 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원문原文>山居(산거)하면 胸次淸洒(흉차청쇄)하여 觸物皆有佳思(촉물개유가사)하나니 見孤雲野鶴(견고운야학)에 而起超絶之想(이기초절지상)하고 遇石澗流泉(우석간류천)에 而動澡雪之思(이동조설지사)하여 撫老檜寒梅(무노회한매)에 而勁節挺立(이경절정립)하고 侶沙鷗麋鹿(려사구미록)에 而機心頓忘(이기심돈망)이나 若一走入塵寰(약일주입진환)하면 無論物不相關(무론물불상관)이나 卽此身亦屬贅旒矣(즉차신역속췌류의)리오.<해의解義>속세를 떠나 한가로이 살면 문득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해져서 만나는 모든 사물들에게 깨달음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러나 마음이 속세에 머물면 아무리 외물과 인연을 끊고 산다고 하더라도 곧 이 몸은 혹이나 장식물 같은 쓸데없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다.<주註>胸次(흉차) : 가슴 속. 超絶(초절) : 속세를 멀리 벗어남. 澡雪(조설) : 씻어버림. 勁節(경절) : 굳은 절개. 挺立(정립) : 우뚝 세움. 侶(여) : 짝함. 麋鹿(미록) : 고라니와 사슴. 機心(기심) : 움직이는 마음. 頓忘(돈망) : 갑자기 잊음. 塵寰(진환) : 속세. 贅旒(췌류) : 贅(췌)는 혹, 旒(류)는 관 앞에 달린 구슬 장식 곧 쓸데없는 것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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