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금 곶감 덕장에 와서 먹어보고 사 가는데 자네도 주문해~ 내가 지금 가지고 간다~” 어제 충청도 사시는 분들이 통영 여행하고 올라가는 길에 곶감 덕장에서 직접 보고 사간다며 찾아왔다.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달라는 말도 없이 네비 찍고 불쑥 왔다. 오전에 중년 부부 두 쌍이 방문했고 오후에 한 부부가 또 찾아왔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충청도 사시는 분들이고 똑같이 통영 갔다가 올라가는 길이라고 했다. 오전에 온 두 부부는 고종시와 대봉 반건시를 맛보고는 대봉이 더 맛있다며 대봉 반건시를 2팩씩 사고는 여기 저기 전화를 하며 계속 두 팩씩 추가로 담았다. 한 명은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는데 귀감 홍보대사라도 된 듯 휴대폰으로 주문을 척척 받아 나를 놀라게 했다. “먹어봐~ 지금 가져간다~ 억쑤로 맛있다~”며 세군데 전화했는데 모두 두  팩씩 콜. 옆에서 지켜보던 내 입이 귀에 걸리고 두 손은 곶감 담느라 바빴다. 일찍 깎은 곶감이 맛이 들어 포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무척 바쁜 시간이었기에 방문객도 주인장이 바쁜 것 알고 곶감만 구입하고 바로 갔다. 오후에 온 부부는 한 팩 씩 선물로 돌린다며 고종시 10과 팩을 열다섯 개나 가지고 갔다. 매년 지인이 찾아와 얼굴 한번 보고 곶감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모르는 사람이 일부러 찾아와서 곶감을 사간 적은 많지 않다. 그래서 어제는 좀 특별한 날이구나 싶었는데 오늘 창원에 사는 가족이 곶감 사러 또 찾아왔다. “곶감 사러 일부러 오신 건 아니죠?” 하고 물었더니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바람도 쐴 겸 덕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운전해서 왔습니다”라고 해서 살짝 놀랐다. 방문 판매가 아니고 방문 구입이니 이거야 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게 방문 구입이 잦아지면 손님 응대와 관련된 어떤 매뉴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리산 아래 해썹 시설이 된 귀감 덕장(지리산농부 귀감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에 온 손님은 방문자용 위생 가운을 입고 집진실을 통과해서 덕장으로 들어오게 되고, 홍보 담당인 아들의 안내에 따라 귀감이 건조되는 과정을 보고 들으며 차도 마시고 즉석에서 시식도 한다.>는 것이 지난해 아들과 같이 법인을 설립하며 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이었고 어제 오늘 온 손님들은 따뜻한 차도 한 잔 못 마시고 곶감만 사고는 바삐 가야만 했다. 길도 험한 곳까지 네비 찍고 왔는데 이것은 심히 부당하고 유감스런 일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아들은 곶감 포장하느라 바쁘고 나도 주문받은 상품 택배 싸느라 바빴다. 필수는 아니지만 귀감 덕장도 언젠가는 해썹 시설을 해야 할 것이다. 각설하고 드디어 대봉곶감이 맛이 들어 실속형과 선물세트 포장을 시작한다. 올해는 저온창고 고장으로 대봉감이 많이 물러져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홍시가 되기 직전에 곰례댁이 손으로 깎은 대봉감이 특별히 잘 말려져 맛이 예술이다. 이런 작품은 한 삼년 소장해보고 싶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