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갈 일이 있어 간 김에 백신3차 접종 예약 신청을 했는데 바로 맞을 수 있으니 맞고 가라고 한다. 간 김에 신청한 건데 온 김에 맞으라는 것이다. 예약을 하게 되면 3주 뒤에나 가능한데 기다릴 거 없이 바로 맞으라고 권해서 잠시 망설이다 결정했다. “그럼 온 김에 맞고 갈께요~~ 1,2차 아스트라제네카로 맞았으니 같은 걸로 해 주세요~” 근데 백신 종류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접종 신청서마다 예외 없이 모더나 라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있고 그날 접종은 모두 모더나라고 한다. 교차 접종해도 문제없다고 해서 모더나로 맞으며 주문을 외웠다. (아제아제모더나~아제아제모더나~ 코로나야 사라져라~ 그리고 백신 부작용은 정중히 사양한다~) 주문 덕분인지 사흘째 암시랑도 않다. 주사 맞은 팔이 이틀은 조금 무겁더니 사흘째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주사 맞고 사흘째 곶감 덕장에서 곶감을 매달고 일했는데 더 힘들지도 않았다. 오늘 뉴스에 1차 2차를 아스트라제네카로 맞고 3차를 모더나로 맞으면 효율이 아주 좋다는 연구결과가 떴다. 벽송사 스님이 아제아제바라아제를 아제아제모더나로 바꾸어 외는 것을 상상하며 혼자 웃었다. ‘국민비서’에서 접종 후 3일이 지났다며 3차 접종 이상반응 신고 안내 문자가 왔다. “몸은 어떠세요? 접종 후 아래와 같은 이상반응이 나타나 일상생활을 방해받으신다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접종 후 3일째 나는 암시랑도 않는데 대신 울 아들이 머리가 아프다며 진통제 한 알 먹고 쉬고 있다. 사실 오늘은 휴일이라 쉬어야 하는데 오늘 하루만 더 하면 덕장에 곶감 매다는 일이 끝난다며 강행군했더니 아무래도 무리했나보다. 쉴 때는 쉬어줘야 하는데 말이다. 평소 잘 쉬는 게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아들 덕분에 나도 오늘 하루 쉬기로 했다. 어쨌든 곶감은 말러 교향곡을 들으며 잘 말러고 있으니 내가 오늘 하루 쉰다고 해서 문제될 거는 없다. (좀 웃기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나의 곶감들에게 말러 교향곡을 들려준다. 날씨가 쾌청한 낮에는 말러 심포니 No.4 G Major 같은 장조를 들려주고 해거름에는 말러 교향곡6번 같은 곡을 선택하여 숙성시킨다. 그러면 나의 곶감들은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들으며 건조와 숙성을 반복한 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귀감으로 변신하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 아들 얘기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 올해는 아들 덕분에 곶감 작업을 한결 수월하게 했다. 나는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일하고 아들은 설렁설렁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작업능률은 아들이 낫다. 나는 매년 해오던 방식으로 별 고민 없이 하는데 아들은 다르다. 아들은 아버지가 하는 대로 처음에는 따라하다가 어느 순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방식을 바꾸어보자고 제안한다. 곶감 농가마다 곶감을 만드는 방식이 제각각이라 자세히 말하기는 어려운데(사실은 공개할 수 없는 노하우) 어쨌든 올해는 아들이 제안한 공정 혁신에 힘입어 작업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정말 고맙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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