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삶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에는 말로 경험과 지식을 전달했다. 이것을 ‘구전’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형태로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전했다. 또 하나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림”이다. 4만 년 전부터 동굴 벽화를 그려 자신들의 경험과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문자 발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남겼다. 점토판, 파피루스, 동물의 가죽, 대나무, 종이 등. 오늘에는 전자책으로까지 발전했다. 전자책은 문자와 그림, 음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고, 정보의 확장성도 뛰어난 장점이 있다. 그런데도 전자책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책으로 인정하자는 쪽과 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사람책”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람책의 시작은 2000년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에 의해 “Living Library”란 이름으로 시작되어 세계로 확산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책도서관”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고 읽음으로 삶과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책도서관”은 사람을 공유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경험을 공유하는 연결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작과 연관성은 잘 모르지만, 우리가 잘 아는 방송을 통해서 이런 일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TED,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등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삶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TV 프로그램이다. “사람책” 운동을 보면서 전자책이 나온 이 시대에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하던 정보 전달 방법인 ‘구전(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정보의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활용에 있어서 종이책과 전자책은 단연 탁월한 수단이다. 그런데 21세기에 새롭게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사람책”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기계처럼 단순한 정보를 원하지 않는다. 정보와 함께 삶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한다. 저자의 글을 기초로 자신만의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함께 공유하고 위로받는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가 책을 넘어 다시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일찍이 출판사들은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마케팅으로 활용했다. 일명 ‘저자와의 만남’이다. 독자들이 저자의 책을 읽고 궁금한 것을 직접 묻고 답하는 시간, 저자와 출판사는 책을 홍보하는 시간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이런 만남에는 이런 목적 이상의 일이 일어났다. 그것은 책을 넘어 저자의 삶, 독자의 삶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책이란 매개체 없이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사람책”의 열풍이 불고 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노인은 걸어 다니는 박물관(백과사전)” 이 말의 공통분모는 “삶과 경험”이다. 우리는 성공이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실패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어른들의 삶에서 우러나는 지혜의 가치는 현대의 최첨단 지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삶과 경험을 혼자 간직하면 개인의 추억이 되고, 사람들과 나누면 공동체의 지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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