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더니 올해 곶감 깎기 작업은 어느새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일손을 구하지 못해 시작도 못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원료 감을 보관 중이던 저온창고가 고장 나는 바람에 옮길 장소를 수배하고 옮기느라 이틀을 중단했고 창원 식품박람회 부스에 상품 진열하느라 하루 쉰 것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렸다. 저온창고 고장으로 상온에 노출된 감이 일부 물러졌고 지금도 계속 물러지고 있기 때문에 빨리 깎는 것 외 다른 방법은 없다. 힘들고 유감스럽지만 하루라도 빨리 깎아야 할 처지다. 바쁜 와중에 식품 박람회까지 참가한 것은 상당한 무리고 어리석은 일이지만 지난여름에 결정된 사항이라 이제 와서 번복할 수가 없었다. 곶감작업의 한축을 맡아주었던 아들이 나흘간 박람회 부스를 지켜야했기에 안 그래도 지난한 곶감 깎는 작업이 더 힘들다. 올해처럼 일손이 부족한 해는 처음이다. 십여 년 우리 집에서 곶감을 깎아주셨던 할머니 두 분 중 한분은 손가락을 다치셔서 더 이상 일을 못하시게 되었고 또 한 분은 노인 일자리 사업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으셨다. 그리고 지난여름부터 우리 집에서 곶감을 깎기로 한 젊은 남녀도 다른 일거리가 생겼다며 오지 않았다. 일단 아들과 둘이 한사람 깎고 한 사람 받으며 일을 시작하며 여기저기 일손을 구했더니 하루씩 손을 보태주는 고마운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손가락을 다쳐 더 이상 일을 못하게 된 할머니도 하루 정도는 도와주신다며 다녀가셨고 창업 교육 동기 한명이 어려운 소식을 듣고 선뜻 하루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웃 집 아주머니 한 분이 일손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 도와주셨고 또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며칠째 도와주시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 작업을 꾸준히 해줄 힘센 남녀 놉도 구해서 이제 귀감호는 순항중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서 상품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시만 만들고 반건시는 만들지 않았는데 올해는 반건시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반건시 수요가 70%나 되어 깜짝 놀랐다. 여기 함양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건시를 만들고 반건시는 곶감으로 인정하지 않아 나도 반건시는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고종시 반건시를 처음 만들었고 재작년에는 대봉 반건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반건시 수요가 확실히 더 많았고 고객 만족도도 아주 높았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작목반에서 만든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새로 디자인한 개인 브랜드 귀감 포장재에 곶감을 담게 되었다. 지난봄부터 디자인 업체에 의뢰하여 귀한곶감 귀감이라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인쇄까지 완료했다. 이번 창원 식품박람회에 맞춰 일찍 작업한 고종시 다섯 접을 새로 만든 귀감 포장재에 담아 부스에 진열까지 했다. 아직 곶감이 깊은 맛이 들 시기가 아니기에 판매 목적은 아니고 브랜드 홍보가 목적이지만 부스에서 구매한 고객이 다음 날 재구매 하러 또 왔다고 하니 흐뭇하다. 곶감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쓴 수필집 <사소한 행복>도 마침 이번 박람회 직전에 출간되는 바람에 홍보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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