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일상생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 자동차 분야의 눈부신 발전은 눈여겨 볼만 하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선보이면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생활공간의 기능까지 갖춘 자율주행 덕분에 주행 중에도 운전자는 일상 업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는 또 하나의 사무실 공간이 되고 있다. 이동전화 시장도 그랬지만, 자율주행 차량의 대중화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율주행 차량은 부의 상징이나 일부 고소득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서민들에게도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심지어 날아다니는 차량까지 선을 보이고 있으니 그야말로 자동차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다. 자율주행에 따른 편리함은 운전자의 피로 감소와 함께 운전 중에도 다양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는 전적으로 인공지능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계속해서 전방주시를 하면서 긴급 상황에 대한 대비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책임주행이다. 운전 중에 일어나는 사고의 책임을 차량에게만 물을 수는 없지 않는가? 정치도 마찬가지다. 투표를 통해서 선출한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놓고서 정치의 자율주행을 기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그리고 정책실패 등 잘못된 정치에 대한 책임을 해당 정치인에게만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것은 자동차 사고 후에 책임을 자동차에게만 묻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면에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말을 하려면 국민 스스로가 정치에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가지고 감시 기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특히 소외된 농어촌지역에 사는 우리 지역주민들은 정치에 더욱 민감해야 한다. 지난 18일 예장 통합측 교단에 속한 농어촌목회자들이 농어촌기본소득 예장연대 창립대회를 가졌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부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양떼와 소떼의 형편을 살피면서’(잠27:23~2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순창 목사는 “도시와 농촌 양(兩)떼와 힘없고 소외된 도시빈민들과 가난한 농어촌 주민들을 대표하는 소(小, 少)떼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농어촌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교회가 직시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가곡물정책을 써왔다. 이는 도시 공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했다. 그 바람에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 자급률은 5%대에 그치고 있다. 젊은이들은 농촌을 떠나고, 고령의 노인들만 농촌을 지키면서 대부분의 농토는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사람들의 소유가 되었다. 귀농귀촌 정책도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용기를 내서 귀농을 결심했던 이들도 3년을 못 버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수년 내에 없어질 군 지역들이 수도 없이 많아졌다. 농어촌지역에서는 1년 동안 출산이 전혀 없는 경우도 흔하다. 농어촌지역 인구유출 방지와 인구유입을 도모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있었다. 직불제나 농어민수당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농어촌문제 해결에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에는 농어민 뿐 아니라, 농어촌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어촌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다. 농어촌기본소득 예장연대 창립대회에는 철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농어촌 목회자들과 언론사 기자 등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총회농어촌선교부 부장 김성철 목사(만평교회)와 총회농어촌선교부 산하단체협의회 회장 전세광 목사(세상의빛교회)가 축사했으며, 아시아농촌선교회 운영위원장 한경호 목사가 격려사를 전했다. 예장농목 전회장 김병균 목사와 농어촌기본소득 국민운동본부 이재욱 대표, 그리고 국민기본소득 상임대표 이세우 목사는 연대사로 힘을 보탰다. 농어촌기본소득 예장연대 창립선언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태되어가는 농어촌지역과 교회를 소생시키기 위한 사명을 품고, 아골 골짜기와 같은 농어촌지역을 생명의 터전으로 기경할 것과 창조질서 회복의 장으로서의 농어촌지역과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매진해 나갈 것을 다짐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지난 주일은 여남은 명 밖에 안 되는 교인들과 함께 추수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감사하는 성도님들을 보면서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농어촌지역에 살면서 가난과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었다. 농어촌에 살면서 이 땅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준공무원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아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이따금씩 내려오는 자식들의 손에 주섬주섬 보따리를 챙겨 주시는 어머니 아버지들의 손등에 콜드크림이라도 발라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우리는 잘 나가는 자율주행 보다 보살피는 책임주행을 더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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