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6시 필봉산 산책길에 나선다. 숲으로 들어서면 발밑이 어두운 시간이다. 걷다보면 동녘으로부터 어둠이 걷히고 산허리를 두른 안개아래 읍내 풍경이 평화롭다. 지리산에 첫눈이 내린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상림숲은 단풍이 다 지지 않아 늦가을 풍경이다. 입동이 지났으니 절기 상 겨울이지만 가을과 겨울이 혼재되어 있다. 계절뿐 아니라 하루에 두 번씩 아침저녁으로 빛과 어둠이 다투는 회색시간대가 있다. 상반된 현상이 부딪혀도 조용히 평온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과 바다의 만남은 서로 밀고 밀리면서 풍파를 일으키는 치열한 다툼도 있다. 이곳을 기수역(汽水域)이라고도 하고 풍천이라고도 한다. 자연현상에서의 부딪힘은 잠시 혼란이 있을 뿐 그 결과가 예견돼 있으므로 싱겁게 끝나는 혼란이다. 모천회귀 물고기들이 이곳을 필히 통과해야 만이 종을 보존할 수 있듯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혼란을 이겨내야 삶을 지켜낼 수 있다. 코로나와 같이 예상치 못했던 돌발적인 혼란도 있고 요소수 사태와 같이 얼마든지 미리 대비할 수 있는 혼란도 있다. 어떤 경우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사회적 혼란과 막대한 피해, 생명까지도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극심한 어려움을 덜어내기 위해 위드코로나 정책의 일부시행으로 숨통이 조금 트이긴 해도 위험과 어려움은 별반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요소수 사태는 나라의 취약점이 그대로 드러난 현안으로 산업과 일상생활 전반에 지대한 악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땜질식 처방으로 당분간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런 혼란 외에도 선거는 인위적인 혼란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는 통상 12월 중순경에 시행되었는데 탄핵이라는 큰 혼란이 있어 내년 3월 초에 치러지게 되었다. 세력 간의 다툼이 치열한 혼란이다. 해바라기의 어린 꽃은 해를 향해 돌지만 성숙한 해바라기는 돌지 않는다. 해바라기가 내실을 다져 태양의 유혹에서 벗어나듯이 이제 모두가 부정선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요즈음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은 룰을 정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자격을 주어 정당하게 다투게 하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극한의 게임이다. 게임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경우도 있고 죽음 앞에 상대에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고 깐부라는 이유로 그 거짓말을 눈감아 주는 내용도 담겨있다. 모두가 공정한 룰을 위반한 반칙이다. 선거에서의 공정은 지지하는 후보의 승리보다 더 지켜내야 할 큰 가치라고 생각된다. 깨끗한 선거를 치러 선진국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부정선거 관련, 불신과 분열의 후유증이 없는 바른 사회를 만들 좋은 기회다.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을 담보로 하는 오징어게임보다 더 엄격히 선거 룰은 지켜져야 한다. 우리 앞에 여러 개의 혼란들이 겹쳐져 있다. 모두 함께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다. 어느 때보다 넘기 어려운 겨울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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