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고, 오랜 신뢰와 헌신의 수준을 차례차례 부식시키며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간다. 의심은 언제나 바닥을 향한다” 어젯밤 1시까지 책을 읽었다. 토머스 H. 쿡의 『붉은 낙엽』이라는 책인데 평범한 아니 단란한 일상을 살던 한 가정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내용이다. 어느 날, 옆집 여자아이의 유괴 용의자로 아들이 의심을 받자 주인공은 아들을 믿지 못하고 결국은 범인이지 않을까 하는 의심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아내의 불륜까지 의심하며 몹시 고뇌하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전개된다. 모든 것이 늦가을에 바람처럼 사라져버리고 마당엔 쓸쓸한 낙엽만 남게 되는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과 두려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리며 잘도 변한다. 오죽하면 성경에도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라는 말이 있을까. 변화무쌍한 사회와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의 마음을 한결같이 지키고 다스리며 중심을 잡고 산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 자기 자신을 믿을 때 타인에 대한 믿음도 커지는 법이다. 나는 어릴 때 수줍음도 많았고 두려움도 많았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그렇다. 그럴 때면 마음속으로 입으로 성경 구절을 암송한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몇 번을 되뇌이거나 암송하면 속에서 확신과 믿음이 풀풀 솟아난다. 이렇게 해서 나는 무대에 설 때마다 용기를 내어 설 수 있었고, 이렇게 해서 몇 년간 골목에 세워두었던 내 차를 운전하게 되었다. 두려움과 의심에서 벗어나는 나만의 루틴인 셈이다. 말하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말하기 능력을 태어나면서 가지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 아이가 하나의 단어를 말하기 위해서는 삼천 번 이상을 들어야 하고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몇 천 번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는 부끄러움이 너무 많아서 아버지 친구나 동네 어른을 만나면 아무런 말도 못했고 아버지 뒤로 숨거나 도망치기에 바빴다.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도 아버지 품에 안기거나 주는 용돈도 받지 못하여 엄마 아버지가 받아서 주기도 했다. 내성적이고 겁 많고 말도 잘하지 못했던 나는 말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의 소망을 따라 친구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하게 말하기를 연습하며 무대에 선 것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도 정치가로 뛰어난 이름을 알렸지만 어린 시절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달변가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어릴 때 읽은 책 속에서 영국 군함 함장이 주인공에게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가르쳐 주는 대목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떨리더라도 전혀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아무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는 것, 자신에게 용기를 주면서 훈련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이 말에 꽂힌 루스벨트는 철저하게 말하기 연습을 해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말을 잘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을 버려라. 자기 자신에 대해 믿어라. “나는 잘할 수 있다”라는 믿음을 가져라.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간절히 바라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느새 당신도 멋진 스피치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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