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기 좋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이다. 하지만 펜데믹 시대, 코로나로 인해 어디 마음놓고 다닐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멍하니 얼빠진 얼굴로 가만히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마음을 가다듬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인간의 강인한 모습 중 하나이다. 하루라도 빨리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여행하면 나는 김찬삼이라는 분이 떠오른다. 김찬삼은 한국 해외여행의 선구자요 개척자로 불린다. 그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지기 전, 195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세 번의 세계 일주와 스무 번 이상의 테마 여행을 통해 160여 개국, 천여 개의 도시를 방문했다. 이것을 거리로 환산하면 지구를 서른두 바퀴 돈 것과 같고 시간으로 계산하면 꼬박 14년을 여행한 것과 같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여행이면 좀 더 쉬웠을 테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치안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던 시절에 언어와 문화마저 다르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다른 나라를, 그렇게 많이 오랫동안 여행을 했다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1992년 67세의 나이에 실크로드에서 서남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여행길에 올랐다가 열차사고를 당하지만, 2003년 별세하기까지 여행의 경험을 살려 10권짜리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비롯해서 <세계 일주 무전 여행기>, <끝없는 여로>, <목숨을 건 세계여행>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나무위키에서는 그의 저서가 직접 겪은 정확한 정보와 쉽고 유려한 문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글 쓰는 실력이 아주 뛰어난 듯하다. 그래서 조만간 그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요즘은 방구석 음악회, 방구석 미술관처럼 방구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밖에 나가서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드니 집에서라도 맛을 보자는 생각에서 나온 말인듯하다. 최근에 나는 프로방스에서 출간된 박미숙 씨의 <방구석 여행기>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직장동료들과 함께 떠난 중국여행에서부터 동남아시아, 유럽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낀 점과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이드와 함께 하는 여행을 하다가 점차 용기를 내어 가이드 여행(패키지 여행)을 버리고 자유여행을 했다. 여행지마다 명소를 소개하고 있으며 사이사이에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서 눈이 심심하지 않고 분량도 이백 페이지 조금 넘어 버겁지 않아 술술 읽힌다.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다양한 내용의 팁이 있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관광과 여행을 구별하는데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다른 나라의 유명한 경치, 유적, 풍속, 풍물 등을 구경하는 것이고 여행은 현지인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여행자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산책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즉 관광은 정적이고 수동적이지만 여행은 동적이며 적극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이드 여행과 자유여행을 비교해 놓기도 했는데 가이드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함이라고 했다. 숙소도 정해지고 기다리는 시간도 없고 걸어 다니는 시간도 짧으며 모든 것을 가이드가 안내하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자유여행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항공이나 숙박 그리고 세세한 일정 하나하나 본인이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은 혼자 크는 시간이고 자신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크게 공감한다. 자유여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요소로 목적지 정하기, 가까운 곳 미리 연습하기, 자유여행 계획 세워보기, 필기도구 챙겨가기, 현지인에게 말 걸기 등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곰곰이 생각하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힘들 때일수록 희망을 갖고 자유롭게 여행할 날을 기대하며 미리미리 준비하고 공부해 두는 것은 세상을 재미있게 지혜롭게 살아가는 처세술이 아닐까. 구름 뒤에 숨어 있던 태양이 환하게 빛나듯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되고 자유롭게 여행할 날이 올 것이다. 가이드 여행이든 자유여행이든 언젠가 떠날 그날의 멋진 여행을 위해 우리 모두 미리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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