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가게를 쉰다’는 휴업안내문을 드물지 않게 보게 된다. 코로나19의 영향은 모든 사람들이 고르게 받는 것이 아니다. 영향을 심하게 받는 사람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신청은 2만5629건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5.91%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시대에 취업을 해야 하는 청년들도 있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은 통계수치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측도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19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0조8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4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도 늘어났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만의 상황도 아니다. 지난 1월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1000명이 불과 9개월만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회복한 반면,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는 치솟은 집값으로 인해 자산불평등도 극심한 상황이다. 소득불평등에 자산불평등, 그리고 이마저의 삶도 유지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한 미래’가 수많은 사람들이 부딪히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올해 가을이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갔다. 변이를 일으키며 돌파감염을 시키는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 종식은 기약할 수 없게 되었다. 아마도 내년 3월 대선 때까지도 코로나19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은 코로나19 대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어떻게 사회가 책임질 것인지, 극심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 것인지, 사람들의 삶에 최소한의 마룻바닥을 어떻게 깔 것인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날로 심각해져가는 기후위기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대한민국은 비교적 운이 좋은 편에 속했지만,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은 극심한 폭염과 산불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 게다가 올해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할 시점이 10년 앞당겨졌다고 발표했다. 2040년 이전에 그런 시점이 도달한다는 것이다. 불과 20년도 남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급속하게 진행되는 기후위기가 낳을 재앙의 규모와 정도는 코로나19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UN차원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 지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그리고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과정에서도 불평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어떤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겠지만, 일부 대기업들이나 부자들은 그 와중에도 엄청난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듯이 기후위기도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은 기후위기 대선도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심각한 상황들에 대해 각 정당과 후보들이 대안을 내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대선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거대 양당과 그 후보들의 모습을 보면 전혀 그런 대선이 될 것 같지가 않다. 네거티브가 판을 치고, 국민들의 삶과 전혀 관련없는 ‘거친 말’들만 오고 간다. 그런 방식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거대한 위기에 대응하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진짜 위기의 원인은 코로나19와 기후변화가 아닐 수도 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힘들고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도, 눈앞의 정치적인 이익을 챙기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기득권 정치’가 위기의 뿌리일 수도 있다. 이런 정치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 때에도 그냥 지켜만 볼 것인지? 뭔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최소한 지금 시기에도 현실진단과 대안없이 네거티브와 진영논리에 의존하는 정당과 후보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심판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한 사람의 주권자로서 이런 고민들이 깊어가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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