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황수야 우리 큰딸 결혼한다” “그래 친구야 축하한다” “이게 축하받을 일인가?” “그럼 이제 아들같은 사위가 생기는데 축하할 일이지. 좀 서운하지?” “마음이 좀 그렇네” 친구 딸이 결혼한다니 나도 마음이 싱숭생숭해집니다. 옆 동네에 살았지만 같은 동네 친구들보다 더 친하게 지냈던 친구입니다. 친구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께서도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서로의 집을 오가며 자고 오기도 했고. 산을 좋아해서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백운산 골짜기를 주말마다 누비고 다니며 이런저런 정을 쌓았습니다. 친구는 정도 많고 재주도 많아서 해마다 제 생일을 기억하고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선물을 해주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생일에는 중학교 졸업 앨범 뒤에 있던 김남조 시인의 ‘후조’라는 시를 박 바가지에 조각칼로 새기고 잉크를 넣고 니스 칠을 해서 포장을 해서 선물을 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고 잔정이 많은 친구였습니다. 이런 친구가 곱게 기른 딸을 결혼시킨다니 마음이 착잡한가 봅니다. 조용히 친구와 지냈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며 인연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고 이런저런 일로 결혼식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아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는 여러 준비로 바빴습니다. 다시 축하한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맥주잔 기울이며 사업 초기에 아이들 먹고 싶어하는 치킨을 못 사줘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정이 많은 친구인데 얼마나 마음이 헛헛할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울컥했습니다. 친구 딸이 결혼해서 잘 살기를 바라며 축하하는 의미로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친구 딸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월하노인의 인연으로 만나/친지들과 친구들을 증인으로 세우고/부부라는 이름으로 항해를 시작하는/아름다운 신랑 신부를 축복하소서// 무엇보다도 지금까지/노심초사 밤잠을 설쳐가며 길러주신/아버지의 그윽한 눈과/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잊지 않고/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부부가 되게 하소서//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곱디곱게 길러서 /아들 얻는 마음으로 딸을 시집보내는/장인어르신의 넉넉한 마음과/장모님의 가슴 먹먹함을 어루만지며/늘 감사하며 위로하는 부부이게 하소서// 이 자리에서 지켜보는 /일가친척 선후배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분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것에/늘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부부이게 하소서//이 부부의 앞날에 /한없는 복을 내려 주시되/사랑이 가득 찬 말들과/위로가 가득 찬 말들과/격려가 가득 찬 말들과/칭찬하는 말들이 나오게 하셔서/늘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부부이게 하소서//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내 몸같이 아끼고 서로 사랑하며 살게 하시고/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의 /귀한 가르침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서/인생의 막바지에 후회함이 없도록 하시고/가문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부부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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