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지기地氣의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인 바람(空氣)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바람은 양기陽氣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태풍이 너무 심하게 불어오면 숨을 쉬지 못해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리듯 적당량인 최적의 공기空氣만이 생기生氣로서 역할을 하고, 너무 세거나 적다면 오히려 질식해 죽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공기空氣의 흐름인 바람은 사방에서 마구잡이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산천 형세를 따라 일정한 순환궤도를 그리면서 움직인다. 가장 쉬운 예로 고속도로를 운전해본 경험이 있다면 특정 지역을 지나갈 때 노선 상에 안개나 강풍주의 표지판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특정한 안개나 강풍구간은 그 지역의 지형지세에 의한 바람의 순환궤도에 따른 영향으로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함양의 독자 분들도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지방도로도 오랫동안 운전하다보면 한결같이 바람이 많은 부는 구간이나 안개가 자욱하게 끼는 구간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현재의 산천은 지구 탄생 이후로 오랫동안 융기와 침강 그리고 침식과 퇴적 작용을 반복하며 변화해 왔고, 바람과 물의 기계적, 화학적 풍화작용에 의해 현재의 지형이 만들어진 것인데, 주로 산천의 모양에 따라 움직이며 산천을 조금씩 변화시키게 된다.
결국 지금의 산천은 오랜 세월 동안 바람과 물이 빚어놓은 작품으로 앞으로도 계속 변할 대상으로 보는데, 땅만 보아서는 풍화 작용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어 왔으며 또 어떻게 변화 될 것인가를 판단하기 힘드므로 진정한 풍수사는 현재의 땅 자체보다는 땅을 변화시켜온 바람과 물의 순환궤도와 그 양을 잘 살펴야 땅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풍수사는 눈으로는 땅을 보지만 마음으로 땅을 변화시켜 온 외부의 바람과 물, 즉 양기陽氣의 영향력을 살펴야 땅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땅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터널이나 도로 등을 통해 그 특정 지역의 풍수적 국세에 어떠한 변화가 올지도 예측 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의 산천山川 모양에 따른 일정한 바람의 순환궤도 속에서 최적의 바람을 맞이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가령 한국에 전해지는 고택 중에는 유독 북향집이 많은데, 이것은 북향집이 살기에 불편하다는 것을 모른 결과가 아니다. 바로 뻗어 내려온 지맥의 흐름에 순응하여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배치를 취한 것뿐만 아니라 그 장소를 에워싸고 흘러가는 바람의 영향을 살필 때, 그 장소에서는 북향을 놓아야 가장 길한 양기陽氣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결과이기도 하다. 즉 주택의 좌향坐向을 결정하는 절대 요인은 일조량이 아닌 바람이고, 바람의 영향을 길하게 받는 좌향坐向을 놓아야 풍수적 발복發福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땅 속에선 최적의 물(음기)을 품은 흙을 찾는 것으로 ‘水’, 땅 밖에서는 최적의 공기(양기)가 불어오는 향을 선택하니 ‘風’으로, 이 학문을 ‘풍수학風水學’이라 이름 지은 이유이다. 결국 풍수학風水學이란 양기인 바람과 음기인 물의 영향이 최적인 터(명당, 길지, 혈)를 찾는 방법과 과정을 체계화시켜 놓은 학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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