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69장여우는 무너진 돌계단에서 잠자고 토끼는 황폐한 누대에서 달리나니 이 모두 지난날의 노래하고 춤추던 곳이로다. 이슬은 국화에 떨어져 차갑고 안개는 시든 풀 속에 어지러우니 다 옛날의 전쟁하던 마당이로다. 성하고 쇠함이 늘 같으며 강하고 약함은 어디에 있는가? 이를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은 싸늘한 재와 같이 되도다.<원문原文>狐眠敗砌̖(호면패체)하고 兎走荒臺(토주황대)하나니 盡是當年歌舞之地(진시당년가무지지)요 露冷黃花̖(노랭황화)하고 烟迷衰草(̖연미쇠초)하나니 悉屬舊時爭戰之場(실속구시쟁전지장)이니 盛衰何常(성쇠하상)이며 强弱安在(강약안재)리오 念此(염차)면 令人心灰(영인심회)로다.<해의解義>옛날의 화려하뫄 사치의 극을 자랑하던 고루거각(高樓巨閣)도 이제는 무너지고 황폐한 풀밭이 되어 여우와 토끼가 놀고 옛날 영웅 호걸들이 자웅을 겨루던 전쟁터도 지금은 쓸쓸하게 잡초가 우거져있을 뿐이다. 그러하니 성쇠가 어찌 항상 일정불변할 수 있으며 강약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문득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열정이 싸늘히 식어 재처럼 됨을 깨달을 수 있으리라.<주註>敗(패) : 무너짐, 허물어짐. 砌̖(체) : 돌층계, 섬돌. 當年(당년) : 그 시절. 黃花̖(황화) : 노란 국화. 安(안) : 어찌, 어디에. 心灰(심회) : 마음의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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