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니 산과 들에 상큼한 나물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3월엔 쑥과 냉이가 봄을 알리더니 4월이 되니 어느덧 머위와 고사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취나물과 엄나무 순, 그리고 옻순과 두릅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어느 하나도 잘 먹지 못했는데 이제는 한국의 산나물이 정말 맛좋은 음식으로 기억에 자리 잡은 듯 해마다 이맘때가 기다려지기까지 하네요. 한국의 음식 문화는 정말 다양한 것 같아요. 먹지 못하는 음식이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종류도 많고, 요리 방법도 너무나 다양해서 처음 요리를 배울 때의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생으로 먹는 취나물과 옻순 두릅 엄나무 순 등은 삶아서도 무쳐서도 먹고, 오래 두고 먹기 위해 간장과 양념 등을 끓여 지를 담아서 먹기도 하지요. 가죽나무의 순은 고추장에 담궈 먹기도 하는데 요리의 다양함이 어디 나물뿐인가요? 한국의 대표적인 김치만 해도 무김치 백김치 김장김치 열무김치 동김치 등등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항상 여러 종류의 반찬과 국이 있는 식사를 하는 한국의 밥상. 산나물 종류만 해도 얼마나 많은데 육류에 생선에 바다의 수많은 음식을 먹고 사는 한국 사람들. 한국에 살면서 자주 듣던 이야기 중에 “다 먹고 살자고 한다”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잘 먹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은 사람과 시대를 불문하고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고향 네팔에서는 사실 한국처럼 반찬을 수없이 준비하거나 각각 담아내지 않고 한 두 가지의 찬과 밥을 접시 하나에 함께 담아 먹는데 그렇게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그 어떤 궁핍함이나 불만을 느껴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항상 행복한 식사를 했었던 기억만 남아 있답니다. 네팔에서의 음식 문화와 너무나 다른 한국의 상차림의 어려움은 뒤돌아보면 정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특히 장맛에도 민감하신 시아버지 입맛을 맞추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거든요. 그랬던 엊그제 같은 어려웠던 한국 상차림이었는데 아이 둘을 낳고, 남편과 아이들 입맛을 걱정하는 주부로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13년을 지나오고 보니 이제는 한국식 상차림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한국 음식의 다양함이 좋은 것을 보면 저도 어느새 한국 사람이 다된 듯싶네요~^^ ‘네팔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국식 음식’들은 의외로 많답니다. 삼겹살에 상추와 풋고추, 그리고 김치와 된장은 네팔에서는 누구도 맛보지 못한 환상적인 한국식 음식이라고 평가하고 싶네요. 사실 네팔에서는 돼지고기를 삶거나 볶아 먹는 요리는 하는데 구워 먹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심지어 돼지고기를 부위별로 구분하여 판매하는 곳도 없답니다. 그런데 최근 듣게 된 이야기인데 이젠 네팔에서도 한국식 삼겹살과 한국식 치킨도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한국에 다녀간 수많은 네팔인들이 한국식 음식 맛을 못 잊어 같은 방식으로 요리를 해먹기 시작한 듯 싶습니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네팔 고향에 있을 때인데 남편이 삼겹살에 양념을 한 후 숯불에 구워 부모님과 동생에게 맛을 보여 줬었는데 부모님은 고기 굽는 냄새가 어색하다고 하였지만 동생은 얼마나 신기한 맛이었는지 정말 난생처음 접하는 구워 먹는 고기 맛에 굉장한 반응을 보인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한국은 계절이 4계절로 나뉘고 밤과 낮이 뚜렷하여 사람이 살기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계절마다 나물과 과일을 비롯 다양한 먹거리가 나오는 풍요로운 환경은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풍요와 축복이 있는 한국. 그러한 한국에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이국만리에서 한국에 온 여러 나라의 사람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 차별 사건들이 발생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타국인에 대한 편견 없이 따뜻하게 반겨주는 인정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출생 국가가 다르고, 문화와 살아온 방식이 다를지라도 어쩌면 사람의 마음은 애초에 모두가 같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희망이 소중하듯 타인의 희망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세상~ 함께 만들어 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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