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라이브 커머스를 해보라고 주위에서 권하고 진행도 도와주겠다고 해서 덜컥 결정하고 날짜를 잡았습니다. 정보화교육을 해주신 교수님께서 쇼핑전문 호스트랑 촬영기사도 섭외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건 말 그대로 방송을 하는 것인데 홈쇼핑에 나오는 판매자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데 평소에 잘 웃지 못하는 무뚝뚝한 농부가 카메라 앞에 서면 어찌될지 불을 보듯 뻔한 지라 연습을 해봅니다. 미소를 지으며 김치~ 활짝 웃으며 치즈~ 밝은 표정으로 귀감~ 하지만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입은 열심히 찢어지는데 눈은 눈치만 살피는 것 같습니다. 포기할 구실을 찾다가 이 나이에 아무러면 어때? 어떻게든 되겠지 뭐~하고 구겨진 용기를 펴봅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나이가 들어도 용감해집니다.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라고 합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방송으로 상품을 홍보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온라인 플랫폼마다 아무나 라방(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게 앱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번에 일정을 잡은 것은 네이버 라이브 커머스입니다. 엊그제는 딸기농사를 하는 농부가 그립이라는 라이브 커머스를 소개해줘서 이건 또 뭔가 하고 관심을 가져보았습니다. 딸기농부는 그립이라는 플랫폼에서 라방을 했더니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네이버에서 하는 라방은 파워 등급이 되어야 자격이 주어지는데 그립에서 하는 건 아무 자격 제한이 없다고 하네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귀농 20년째 농산물 판매 통로는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20년 전 귀농하자마자 홈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재주 많은 아내가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공유 툴을 이용해서 뚝딱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홈페이지가 많지 않았고 경쟁도 심하지 않던 시절이라 네이버, 다음,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야후 같은 포탈에 검색 등록만 해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어 카페, 블로그가 등장하고 SNS가 대세가 되어 흐름을 쫒아가느라 열심히 배우고 또 배웠네요. 그리고 스마트 폰의 진화로 컴퓨터보다는 모바일이 대세가 되고난 뒤 지난 가을부터는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다시 라이브 커머스라는 게 터억 나타나서 농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변화의 물결이 너무 빨라서 낙오되지 않고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 가려니 솔직히 가랑이가 찢어집니다. 사실 농부가 정말 잘 해야 할 것은 농사입니다. 이십년 동안 곶감으로 한 우물 파다보니 이제 곶감 하나는 누구보다 잘 만들게 되었습니다. 맛있다는 입소문에 귀감은 잘 나가고 있습니다. 스마트스토어 상세페이지를 농부의 투박한 손으로 서툴게 만들었지만 주문은 거짓말처럼 잘 들어옵니다. 모두들 후기 하나 보고 믿음이 가서 주문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주문이 또 다른 주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하는 라이브 커머스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도움이 안 되어도 미래를 위해 좋은 공부는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작은 경험을 이웃 농부들과 공유하며 즐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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