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아주 인기다. 3월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결과에 따르면 3월28일 누적 관객 수 81만7259명을 달성했다. 80만 명을 넘어서서 100만 관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의 관객 수에 들어가지 않는다. 영화를 좋아하는데도 개봉과 동시에 보거나 일찍 보는 편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기도 하고 신문이나 잡지의 소개하는 글을 통해 내용을 접하고도 한참을 지나고 나서 문득 보고 싶을 때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아카데미 시상식 각종 후보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사람 냄새나는 따뜻한 영화라고 해서 좀 더 일찍 볼 요량으로 예매를 시도했는데 이곳에서는 상영이 되지 않았다. 소개하는 글과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니 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간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다. 감독인 정이상씨가 자신의 체험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으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등 한국계 배우와 한국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이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포함하여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음악상까지 주요 부문 6개 분야에 후보로 올랐다. 4월25일에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모두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영화의 줄거리를 읽는 동안 나는 윤여정의 다음 대사에 마음이 확 끌렸고 내 아들과 딸이 오버랩되었다. “미나리는 참 좋은 거란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하든 다 먹을 수 있어. 맛있고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땐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미나리의 유용함과 쓰임을 알 수 있는 대사이다. 미나리는 튼실하고 생명력이 아주 강한 식물로 여러 음식에 사용되며 향이 좋아 인기도 많다. 반찬이 되었다가 약이 되었다가 관상용으로 키워도 파릇하니 보기가 좋아 여러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다. 내 아들은 어릴 때 필립이라는 이름 말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붙여 준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똥개이다. 오래 기다려도 태기가 없어 정말 기도하여 낳은 귀한 아들인데 많고 많은 이름 중에서 하필 똥개라니 처음에는 정말 듣기 싫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똥개는 무엇이든 잘 먹고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랐던 게 떠올랐다. 나의 시부모는 먹을 것 없고 입을 것 없고 의학이 덜 발달하여 일찍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 많았던 시절을 살아왔던 분들이라 항상 생명과 안전, 건강에 대한 바람이 많았던 것 같다. 아들은 나와 남편 그리고 조부모의 사랑 속에 병원 한 번 가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동생 지언이가 태어났을 때 똥순이라는 이명을 갖게 된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웅변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이러한 내용을 원고로 써서 아들을 대회 무대에 세웠었다. 네 살 때 처음 나간 대회에서 너무나 당차고 진지하게 웅변을 하여 많은 사람의 기립박수를 받은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얼마 전에 친정엄마 집에 들렀는데 마트에서 샀다며 미나리 반찬을 내주었다. 너무 맛있어서 연신 그 반찬을 먹어대자 미나리 뿌리를 봉지에 넣어 두었으니 집에 가서 심으라며 내밀었다. 옥상 하늘 정원에 심어 두었는데 햇볕을 받아 파릇하게 잘 자라고 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올라가 바라보곤 하는데 미소가 절로 난다. 한낱 식물인 미나리가 참으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있다. 미나리를 즐겨 먹는 사람들, 마트를 운영하는 사람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똥개와 똥순이 엄마인 나에게도.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똥개 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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