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흐뭇>을 낸지 2년만에 <사소한 행복/가제>을 내게 되어, 원고를 정리하고 머리글을 쓰고 표지 뒷면에 들어갈 글도 본문에서 뽑았습니다. 이하 머리글 / 요즘 ‘흐뭇하다’는 말을 자주 씁니다. 수필집 <흐뭇>을 내고 난 뒤부터 그랬습니다. 세상살이 흐뭇한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흐뭇하다’며 말을 끝냅니다. 장미가 피기 시작하니 흐뭇하네요. 오늘은 봄비가 흐뭇하게 내렸습니다. 올해는 큰꽃으아리가 대박났네요. 흐뭇합니다. 주문한 덤불장미 묘목을 배달받고 흐뭇해하고 있답니다. 흐뭇해서 흐뭇한 건지 흐뭇하다 해서 흐뭇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억지스럽게 흐뭇하다 흐뭇하다 하고 있습니다. 시골농부가 책을 내고 어떻게 소문을 낼까 궁리하다 그냥 말끝마다 흐뭇하다며 너스레만 떨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필집 <사소한 행복>이 나오니 또 흐뭇하네요. 그리고 요즘 귀한곶감 귀감 반응이 놀랍습니다. 이것도 정말 흐뭇하네요. 지리산 골짝으로 귀농한지 어느덧 이십년, 한 우물 꾸준히 파다보니 다른 건 몰라도 곶감 하나는 누구보다 잘 만들게 되었습니다.<사소한 행복>은 지리산 골짝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며 쓴 소소한 이야기가 반이고, 귀감을 만들며 쓴 이야기가 반입니다. 재밌고 행복했던 이야기가 반이고, 멋모르고 좌충우돌했던 이야기가 반입니다. 귀감 가족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책으로 엮어진 이 이야기들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조금이나마 위안과 웃음을 주었으면 합니다. / 지리산 엄천골에서/ 유진국 이하 표지 뒷면/ “감이 덕장에 걸리면 지리 상봉에서 얼음으로 만든 화살 바람이 내려온다. 높은 봉우리에서 사스레나무, 당단풍, 가문비나무, 함박나무 이파리를 떨구고 이 골짝 저 골짜기를 스쳐온 바람은 산자락의 은행과 벛나무 단풍을 어루만지고 곶감 덕장에 머무른다. 그러면 옷 벗은 감이 덕장에 매달린 채 흔들리다 노란 은행단풍이 들고 다시 붉은 벚단풍이 든다. 이렇게 단풍이 든 감은 단단했던 자아를 놓아버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맛의 정진에 들어간다” 이십년 전 귀농한 다음 해에 <산과 개>라는 사진동화책을 낸 적이 있습니다. 6천부씩 6쇄까지 찍었네요. 그 때는 책이 원래 그 정도 팔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 뒤로 수필집 <지리산농부의 귀촌이야기>, <흐뭇>을 내고 이번에 <사소한 행복>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가을에 원고를 넘긴 <고양이를 모시게 되었습니다>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출판사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하려고 작업하고 있답니다. 그냥 덜렁 내는 것보다 펀딩을 하면 아무래도 주목을 받게 되겠지요. 책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책이 주목을 받고 잘 팔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시골농부가 쓴 책이 작은 출판사를 통해 나올 때는 더욱 그렇지요. 지금 생각해보니 사진 동화책<산과 개>가 많이 팔린 것도 그 당시 꽤 잘 나가던 출판사에서 기획출판을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농부가 쓸데없는 일에 너무 시간을 쓰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글 쓰는 것도 농사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행복이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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