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後集)67장높은 관에 넓은 띠를 두른 선비라도 한번 가벼운 도룡이와 작은 삿갓을 쓰고 표현이 은일(隱逸)한 이를 보면 반드시 탄식을 밝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긴 자리에 넓은 방석의 부호라도 한번 성긴 발 깨끗한 책상에 유연하고 고요한 이를 만나면 반드시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사람들은 어찌하여 화우(火牛)로써 몰아치고 풍마(風馬)로써 꾀일 줄은 알면서도 그 본성에 자적함은 생각하지 않는가.<원문原文>峨冠大帶之士(아관대대지사)도 一旦睹輕箕小笠(일단도경기소립)으로 飄飄然逸也(표표연일야)하면 未必不動其咨嗟(미필부동기자차)하고, 長筵廣席之豪(장연광석지호)도 一旦遇疏簾淨几(일단우소렴정궤)로 悠悠焉靜也(유유언정야)하면 未必不增其綣戀(미필부증기권련)하리니 人奈何驅以火牛(인내하구이화우)하고 誘以風馬(유이풍마)하되 而不思自適其性哉(이불사자적기성재)아.<해의解義>아무리 고관대작이라도 전원에 묻혀 표일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의 탄식이 절로 나오고 아무리 부자라도 유장한 맛을 즐기면서 조용히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이 일어난다. 권세와 영화에 따르는 고뇌와 책임이 그만큼 더 크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권세를 쫓아 마구 날뛰며 호사한 사람에게 안내 나 말처럼 빌붙으려고만 들뿐 자신의 천성을 지켜 유유자적하게 살아갈 생각은 하지 않은 것일까.<주註>峨冠大帶(아관대대) : 높은 관과 넓은 띠, 고관대작의 예복. 輕箕小笠(경기소립) : 가벼운 도룡이와 작은 삿갓. 逸(일) : 높고 한가함. 未必不(미필부) : 반드시 ~ 할 수 없다. 咨嗟(자차) : 탄식하는 것. 筵(연) : 방석 밑에 까는 대로 만든 자리. 几(궤) : 책상. 綣戀(권련) : 그리워함. 綣(권)은 정이 두터운 것. 火牛(화우) : 불을 단소, 사기 전단열전(田單列傳)에 있는 고사. 연(燕)이 제(齊)를 침공하자 장군 권단이 천여마리의 쇠뿔에 창검을 잡아매고 꼬리에 불을 붙여 연군(燕軍)을 향해 몰아 넣어 대승하였다. 風馬(풍마) : 바람난 말, 서로 교미하려는 암말과 숫말, 그 기세가 매우 세차고 앞뒤 분별을 하지 않고 따라붙음. 春秋四傳(춘추사전)에 나오는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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