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의 크기는 1백 억분의 1미터 정도로 너무나도 작다. 그런데 우리 몸을 비롯해 모든 물체들은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원자들이 적절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거시적인 세계의 물체들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원자의 결합 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파울리의 배타원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원리를 찾아낸 볼프강 파울리는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막스 보른 등과 함께 양자역학을 건설한 물리학자로 양자역학의 현대적 해석이 정립되기 전인 1923년 이 원리를 발표했다. 배타원리는 원자 안에서 전자가 취할 수 있는 상태에 대해 규정하는 원리이다. 보어는 원자의 구조에 대한 모형으로 원자핵을 중심으로 가벼운 전자가 돌고 ‘스핀’과 같이 매우 복잡한 물리적 개념과 연관되어 있어 짧은 지면에 다 담을 수 없어 결론만 말하면 전자들이 보어가 제시했던 특정 궤도에 있을 수 있는 개수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궤도에는 2개의 전자만이 동시에 있을 수 있으며, 두 번째와 세 번째 궤도는 각각 8개의 전자들이 있을 수 있다. 즉 원자번호 3번인 리튬은 총 3개의 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2개는 첫 번째 궤도에 있을 수 있지만 나머지 하나는 두 번째 궤도로 밀려나게 된다. 원자번호 11번인 나트륨은 첫 번째 궤도에 2개, 두 번째 궤도에 8개를 채우고 나머지 하나는 세 번째 궤도에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원자든 각 궤도에 가능한 전자의 수를 꽉 채워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가 2개인 헬륨이나 전자가 10개인 네온과 같은 원자는 스스로 매우 안정되어 있다. 반면 원자번호 1번으로 가장 간단한 원자인 수소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으므로 하나의 전자가 부족하여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래서 수소는 또 다른 수소와 결합하여 자신이 가진 각 전자를 서로 공유함으로써 안정된 상태를 취한다. 결국 2개의 수소가 결합한 수소 분자 H2인 것이다. 공기 중 수소는 이처럼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 이와 같이 모자란 만큼 오히려 전자를 서로 내놓고 공유함으로써 결합하는 방식을 공유 결합이라 한다. 좀 더 많은 전자를 가진 원자를 살펴보자. 산소는 8개의 전자를 갖는다. 따라서 첫 번째 궤도에 2개의 전자를 채우게 되면 두 번째 궤도에 6개의 전자가 있게 되며 따라서 2개의 전자가 모자라게 된다. 이 경우 산소 원자는 오히려 6개의 전자 중 2개를 전자가 1개씩 모자란 수소 원자 2개와 전자를 공유한다. 그래서 산소 원자와 2개의 수소 원자 모두 안정된 상태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와 너무 친숙한 물 분자, 즉 H2O이다. 탄소의 경우 6개의 전자를 갖는데 첫 번째 궤도에 2개를 채우고 두 번째 궤도에 4개가 남는다. 결국 4개의 전자가 모자란 셈이다. 따라서 공유 결합의 방식으로 4개의 수소 원자와 결합하게 되면 메탄(CH4)가 된다. 이처럼 탄소는 4개의 모자란 전자 때문에 다른 어떤 원자들보다 많은 원자들과 공유 결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탄소는 많은 다른 원자와 공유 결합함으로써 매우 복잡한 구조를 만드는 뼈대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생명에 참여하는 물질을 유기물이라 부르는데 보통 유기물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모든 유기물이 탄소를 기본으로 만들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자들이 결합 방식에서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모자란 만큼을 내어 놓고 함께 공유하는 취함으로써 모두가 안정된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놀라운 공동체 정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느 것도 낱개 원자들로 이루어진 것은 스스로 안정된 헬륨, 네온 등의 기체들밖에는 없다. 언제나 짝을 찾아 서로 결합함으로써 생명을 비롯한 거시적인 물질세계를 만든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인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원자들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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