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을 방문해 보면 조성된 거리만으로도 도시 환경을 읽을 수 있다. 함양군을 방문하는 내방객들은 함양을 어떤 시각으로 보게 될까? 함양의 첫인상은 도시거리를 장식하는 옥외광고물이 큰 영향을 차지한다. 최근 함양군은 간판개선사업을 통해 돌출간판을 제거하고 오래된 간판을 교체하여 함양거리를 새로운 얼굴로 탈바꿈시켰다. 막중한 임무를 마무리한데는 함양군옥외광고협회의 힘이 컸다. 이 협회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오랫동안 이 단체를 이끈 박종건광고방의 박종건(61)씨를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 단체가 단합이 잘 되어 있어서죠. 회원들이 모두 합심하여 도와주기에 협회를 잘 이끌어갈 수 있었습니다” 박종건 회장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회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매일 보는 함양거리지만 유심히 보면 불법광고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결과도 분기별로 회원들이 함양군 거리조성을 위해 불법광고물이나 무허가간판, 거리에 난무하는 각종현수막 등을 철거하고 정비하기 때문이다. 11명이 활동하고 있는 함양군옥외광고협회는 이 외에도 함양군장학회에 장학금을 기탁하는 등 지역사회 환원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종건 회장이 광고업계에 입문한지는 올해로 41년째다. 198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진주에 사업체를 꾸렸다. 이후 군복무를 마치고 함양에서 ‘박종건광고방’을 개업, 그해가 1987년으로 지금까지 함양에서 가장 오래된 광고업체를 운영 중이다. 박종건 회장이 광고업을 종사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주위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재능을 타고 났다. 어릴 때부터 글씨체가 뛰어나고 그림에 소질이 있어 각 반 환경미화를 도맡아했다. 박종건씨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리던 순수예술가였지만 탁월한 재능이 그를 이 직업으로 안내하여 지금은 그 재능을 상업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 당시에는 컴퓨터 작업이 아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작업을 손으로만 해야 했다. 현수막도 손으로 직접 써야 하고 간판의 그림까지 모두 수작업으로만 이뤄졌다. “그 땐 군청에 필경사가 따로 있었죠.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었으니 시간도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어요” 일을 하면서 박종건 회장이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군민의 안전이다. 태풍이나 심한 비바람이 몰아치면 박 회장은 밤잠을 설치고 거리로 나와 간판이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확인했다. 작업을 할 때도 이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고 시공한다. 전문적이고 예술적인 그의 작품은 함양군 축제를 화려하게 장식했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경상남도옥외광고대상전 시상식에서 창작광고물 금상을 수상했다. 40여년간 이일을 해 왔지만 박종건 회장이 이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워낙 재능이 다양해 함양군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펼쳤기에 그 이력 또한 화려하다. 특히 그의 작업장을 찾으면 볼 수 있는 기타, 악보, 마이크, 스피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음악 외에도 다양한 예술활동, 사회활동을 펼쳐 온 박종건씨는 그야말로 다재다능하여 팔색조의 매력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뜻하지 않았지만 이 일을 40여년 간 해 오며 이제 천직이 되었다는 광고업. 힘든 시기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지금까지 ‘박종건광고방’이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재능이 바탕이 된 천직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겠다는 박종건 회장의 다짐, 비바람이 치는 날이면 밤잠을 설칠 박 회장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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