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입시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이 실시된 것은 1974년의 일이다. 어느 정도 정책목표는 달성했겠지만 끓임 없는 ‘하향평준화(下向平準化)’ 논란과 학교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문제가 있어 학교 안에 우열반도 만들고 과학고, 외고, 자사고를 만들어 가며 선택의 자유를 넓혀 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자사고 폐지 등 ‘제2의 고교평준화’를 추진하면서 이 제도의 찬반에 관한 논쟁은 이념대결로 비화하여 진행 중이다. 이념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평준화정책은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평등이념을 강조하는 ‘민주적’ 정책이고 이를 수정, 보완하여 경쟁을 통한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 이념에 입각한 ‘자유민주적’ 정책이라는 것이다. 대체 민주는 무엇이고 자유는 무엇일까? 모든 나라가, 심지어 북한이나 미얀마도 민주를 표방한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행하는 제도, 또는 그러한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이라고 정의하지만, 정치학자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해석이 있는 게 민주주의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한때 자유와 민주가 동의어처럼 생각되던 ‘민주화’ 시절이 있었는데 그 민주와 자유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이념논쟁보다는 북한에 대한 태도와 지역감정을 배경으로 극단적 대결을 계속해왔고, 국민도 선거를 통해 정당을 선택할 때 정책보다는 진영논리를 더 중요시해온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데 그런 의미에서 최근 검찰총장이 사퇴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표하며 굳이 자유를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권후보로 주목받는 윤 총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또는 중도 실용주의자인지는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는데 그걸 모를 리 없는 윤 총장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이념적 지향을 분명히 함으로써 내년에 치러질 대선에서 보수진영에 몸을 담을 것임을 선언한 것인데, 지나친 해석일지 모르겠지만 윤 총장의 등장으로 우리 정치가 케케묵은 지역감정이나 친북 반북 논란에서 벗어나 평등과 자유에 관한 선명한 논쟁과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선거를 통해 선택을 받는 정치 문화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어쨌거나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고 분명한 것은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온 나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우리 함양을 대표하는 도의원을 뽑는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선거 분위기가 계속될 것인데 함양의 선거는 이념과 무관하게 그저 함양을 사랑하고 일을 잘할 사람을 뽑으면 된다. 모처럼 젊은 후보도 보이고 권토중래를 꿈꾸는 역전의 용사도 나섰는데 이미 속속들이 잘 알려진 후보들이니 군민들도 이런저런 인연으로 세를 만들고 편을 나누어 갈등하며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니고 편하게 좋아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축제와 화합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쉬운 것은 이번 선거도 구태의연(舊態依然)해서 새롭거나 설레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함양은 변화가 필요하다. 함양사람은 함양에만 사는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만 지역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함양이 제2의 고향이 된 이들도 적지 않고 일찍 출향하여 역량을 검증받은 이들도 많을 텐데 함양살이 10년, 꽤 많은 선거를 치렀지만 이런 이들이 당선은 고사하고 공직 후보자로 나서는 것도 보지 못했다. 유권자로서는 선택지는 넓을수록 좋고 함양이 변화하고 발전하려면 새로운 자극도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에 대한 군민들의 갈망도 대단한데 이런저런 이들이 고향에 봉사할 기회를 타진하다가 뜻을 접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왜일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