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틀막이라고? 오픈마켓에서 곶감을 주문한 고객이 올린 후기에 이런 표현이 보여 이게 뭐지? 요즘 유행하는 신조어인가보다 하고 넘어갔다가 무슨 말일까 자꾸 궁금해져서 결국 찾아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입을 틀어막다를 줄여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놀라서 벌어진 입을 막을 정도로 벅차오를 때 쓴다’고 한다. 후기는 대부분 “맛있어요. 잘 먹을께요” 또는 “정말 맛있네요. 잘 먹겠습니다”처럼 간단하게 올라오는데 이 고객은 이것저것 주문도 여러 상품으로 많이 하고 후기도 리얼하고 길게 올렸다. 다른 고객이 보고 참고하라고 올린 글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무적이고 야홋~ 앗싸라삐야~ 소리를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다. “아니 미쳤어요 진짜 곶감 좋아하는 남편따라 저도 곶감 엄청 좋아하게 되었는데 좀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엄청 서치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보석같은 사장님네 찐 맛집발견했어요 너무너무 정성이 느껴져요 크기에 놀라고 맛에 놀라고 정성에 놀라고 많이 사서 쟁이길 잘했어요 사진 보시면 아니 무슨 제 주먹보다 더 큰 것같아요ㅠㅠ 어릴 적 시골에 자라서 친정엄마 대봉 추억의 음식인데ㅠㅠ 감사해요 건강하세요 계속 팔아주세요 한개만 먹어도 배부른데 사장님네꺼는 두개세개 먹어져요 입틀막 ㅋ ㅋ ㅋ ㅋㅋ젤리같이 쫀득쫀득” 오늘 이 후기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포장하느라 바빴다. 고객은 생산자의 말보다 다른 고객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 같다. 내가 아무리 “내가 만든 곶감은 무유황으로 안전하게 말렸고 맛도 좋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생산자는 누구나 자기가 만든 상품이 최고라고 하니까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섭섭하다거나 유감스러울 일은 없다. 그래서 나는 상품 안내 글에 맛있다는 표현은 잘 안 쓰고 건조 상태라든지 크기, 식감, 중량 등 객관적인 설명 위주로 올린다. 매년 곶감 후기를 소개하며 글을 쓰게 되는데 내용이 특별하고 재밌기도 해서 좋은 글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후기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자랑꺼리이고 좋은 홍보자료가 되기도 한다. 내가 수년전에 받은 후기 중 특별히 기억이 나는 게 있다. “감 잘받았어요. 난꽃감을별로안조아는데농부님네꽃감은정말맞잇어요 한번에여섯개를먹엇다니깐요 담에도부탁하고싶어요” 오래 전에 받은 후기인데 여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오픈마켓에 후기가 여럿 올라왔는데 조금 전에 이런 후기가 올라왔다. “농부님 곶감은 믿고 먹어요!!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곶감 만들어주세요” 오픈마켓 후기는 아이디로 올라오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가 없지만 어쩌면 여러 해 단골고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후기글 중 오래오래 곶감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 자주 보인다. 응원해주는 덕분에 나도 오래오래 건강하게 좋은 곶감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연식이 너무 오래되어 더 이상 곶감농사를 할 수가 없게 될 때 누가 알겠는가? 지금 서울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는 두 아들중 하나가 ‘아부지~ 내가 대를 이어 귀감을 만들어보겠습니다~’하고 내려오게 될지 말이다. 사실 이건 나 혼자만의 막연한 희망이 아니고 상당한 근거가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귀감은 대를 이어 고객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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