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으로 푸근해진 마당에 서니 옥매화 백매화 홍매화 꽃들이 예쁜 햇살로 단장을 한 채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한다. 꽃망울처럼 맺히는 기쁨들이 내 얼굴에도 번진다.
Y 스님의 말씀이 선연하게 떠오른다. 우리가 무심으로라도 또는 무슨 행사나 연유가 있어 기쁨 하나를 마음 안에서 일으키면… 그것이 아무리 소소한 기쁨일지라도 기실 그 기쁨의 공덕은 세상 모든 인연들과 모든 생명과 모든 무생물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단비와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기쁨이라는 느낌에 대비되는 마음 작용들에는 기쁨이 없는 상태이거나 무미건조한 심리 상황일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슬픔이나 절망과 같은 마음 그림자에 해당하는 상태들일 것이다.
위키 백과에서는 기쁨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수록되어 있을까 하고 구글링을 해보니 놀랍게도 기쁨에 대한 정의 몇 줄이 고작이었다. 위키에 소개된 기쁨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쁨은 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다. 행복의 일종으로도 볼 수 있다. 심리학에서의 기쁨은 긍정적인 피드백 메카니즘으로 기술된다. 낙(樂, 즐거움)이라고도 한다.’
감정은 마음 작용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들 중 하나일 뿐이려니 하고 이번에는 로버트 플루칙의 감정들의 바퀴Robert Plutchik`s Wheel of Emotions를 인용해서 우리가 경험하곤 하는 감정들을 나열해 보니 총 64개였다: 애착, 노여움, 고뇌, 괴로움, 짜증, 불안, 무감정, 각성, 경외, 지루함, 확신, 경멸, 만족, 용기, 호기, 우울, 욕구, 실망, 혐오, 불신, 황홀, 어색, 시기, 다행, 공포, 불만, 감사, 비탄, 죄책, 행복, 증오, 희망, 소름끼침, 적의, 안도, 히스테리, 흥미, 질투, 재미, 외로움, 사랑, 성욕, 격분, 공황, 열정, 연민, 기쁨, 교만, 분노, 후회, 슬픔, 자신감, 수치, 충격, 수줍음, 비애, 고통, 놀라움, 무서움, 신뢰, 경탄, 걱정, 열의, 격정 이러한 감정들 중에서 긍정적 감정들을 볼드체로 적어 세어보니 놀랍게도 불과 23개였다. 즉 부정적 감정들이 긍정적 감정들보다 훨씬 많은 이름들로 경험되고 있었다. 우리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긍정적 감정보다는 부정적 감정들을 경험하는 빈도가 더 많거나 부정적 감정들을 더 디테일하게 느끼고 있어서일까 싶다.
한편 긍정적 감정들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경험하는 감정의 상태는 만족, 희망, 안도, 기쁨, 흥미, 자신감, 사랑, 행복, 신뢰 정도일 것이다. 9개 정도의 감정 상태이다. 9개의 감정들 중에서 특히 다른 대상과의 관계 또는 상황이나 조건과의 연관성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인 만족, 희망, 안도, 흥미, 자신감, 사랑, 신뢰를 살짝 옆에 치워두면 기쁨과 행복이 남게 된다. 즉 온전히 자신의 자각심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기쁨과 행복, 이 둘이 남게 된다. 그 중에서 기쁨은 사실 가장 빈번하게, 가장 어렵지 않게, 매일의 일상, 어느 시간대에서나 어느 장소에서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별 큰 조건없이 저절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이다. 물론 행복도 그러할 것이나 행복은 좀 더 분별의식이 높아져 있을 때에 이를 수 있는 마음의 충일한 감정이며 긍정적 감정 모두의 총합을 넘어선 어떤 경지의 감정 상태라고 한다면, 다행스럽게도 기쁨은 한참은 더 쉬운 수준의 긍정 감정이다.
여기서 다시 Y 스님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의 일상과 자연의 풍경과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기쁜 마음 한오라기를 끌어 올리는 것은 세상의 모든 에너지장에 축복이라는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공명 진자와도 같은 것… 이라는 말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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