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픈마켓에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네이버에 <지리산농부 귀감>이라는 스마트 스토어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예감이 좋다. 지난 주 연휴에는 밤늦은 시간인데도 갑자기 주문이 많이 들어와 뭐지? 했는데 판매자 등급이 ‘새싹’에서 ‘파워’로 올라가 있었다. 이건 순전히 짐작이지만 스토어 등급이 올라갈 때 기념(?)으로 노출을 많이 시켜 축하(?)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우연일 지도 모른다. 삼일절 연휴를 잘 보낸 많은 사람들이 백년 전 태극기를 든 선열의 뜻을 기리며 귀감을 주문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요즘 주문서 확인하는 재미에 빠졌다. 어쩌다 연식이 오래되어 밤에 자주 깨는 나는 자다가 눈이 떠지면 베개 옆에 있는 스맛폰을 톡톡톡 건드려본다. 주문서 확인하는데 게슴츠레한 눈으로 왼쪽 엄지손가락 세 번 꼼지락거리면 된다. 뭐가 보이면 바로 발주확인에 체크를 하고 흐뭇해한다. (농산물 판매 정말 쉽구나... 이렇게나 재밌는 걸 진작할 걸...) 곶감이 많이 나가니 후기도 많이 올라오는데 곶감을 곶갑이라고 쓴 한줄 후기가 보인다. “진짜 곶갑이네요 맛있어요” 첨엔 오타구나하고 넘어갔다가 어쩌면 고객의 재치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오타라면 ‘ㅁ’과 ‘ㅂ’의 자판 위치가 이웃일 거라는 쓸데없는 궁금증으로 발전하여 컴퓨터 자판을 들여다보니 이웃이다. 그런데 스맛폰에서는 이웃이 아니다. 요즘 주문의 대부분이 모바일에서 이루어지고 있기에 후기 답글을 달면서 슬쩍 물어볼까 싶었지만 그냥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걸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지? 아마?ㅋ) 곶감은 계절상품으로 구정 전에 대부분 팔리지만 시대가 변해서 연중 판매하는 농가가 제법 있고 나도 그중 하나다. 올해는 구정 전에 내가 깎은 감의 칠 할이 나갔고 아직 삼 할이 냉동창고에서 맛을 더하고 있다. 곶감은 건조식품이지만 냉동에서도 계속 후숙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깊어진다. 영하20도라는 낮은 온도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냉동 창고는 일정 간격으로 서리를 녹이는 제상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 때 곶감이 몸을 풀면서 숙성이 되고 분도 나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그러니까 내가 곶감을 만든 지 이십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고 난 뒤) 곶갑 만드는 노하우가 하나 있다. 곶감을 말리는 것은 바람이지만 곶갑을 만드는 것은 햇볕이다. 곶감은 건조가 아니고 숙성이라는 말인데 일반인은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곶감을 오랫동안 만들어온 농부는 그렇치그렇치~하고 맞장구를 칠 것이다. 얼마 전 고객이 톡톡에 자연건조한 곶감이냐는 질문을 올렸다. 간단한 질문이다. 물론 “네 자연건조입니다”라고 간단하게 답해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요즘은 자연건조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된다. 예전에는 감을 깎아 바람 잘 부는 청정덕장에 걸어만 놓으면 되었지만 요즘은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에 대응해 설비를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아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어야 곶갑을 만들 수 있다. 날씨가 안 좋을 때도 유황훈증을 하지 않고 곶갑을 만들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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