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눈 깜짝할 새 변해 가고 우리 삶은 관습의 틀에 매달려 있습니다. 작게는 한 사회의 크게는 지구촌의 거대한 바퀴를 따라 공전하는 것이지요. 공전의 틀을 벗어나는 순간 두려움이 몰려옵니다. 무의식을 사로잡는 불안감이 스며듭니다. 우리의 의식이 무리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때문일 거예요. 이것은 세렝게티의 초식동물도 수천 년 동안 겪고 있는 일이랍니다. 하지만 인류문명은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래서 무리에서 이탈하여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보려 합니다. 모두 영화 속의 인물입니다. 어느 날 함양상림의 숲길을 걷다가 감동스러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 포미니츠, 결정적 순간의 4분, 클래식만이 음악이라는 관념의 너머에서 자신을 노래하는 주인공의 피아노 음율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틀에 갇힌 세상과 갈등을 겪어온 한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승화시키는 치유의 순간입니다. 한 생각을 따라 의미가 연결되는 영화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감동스럽게 보았던 패치 아담스와 세 얼간이가 한 묶음으로 따라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 세 편을 한 번 엮어 보기로 했습니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관념의 벽을 뚫어버립니다. 대단한 용기로 마침내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됩니다. 패치 아담스는 괴짜 의대생의 환자에 대한 찐사랑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패치는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오히려 환자들을 통해 깨우침을 얻습니다. 늦은 나이에 의과대학에 입학합니다. 근엄한 의과대학의 규칙을 무시하고 병실의 환자들을 찾아 마음에 가려운 곳을 긁어줍니다. 그 속에는 따뜻함과 환자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패치의 뛰어난 능력이 숨어 있습니다. 기막힌 치료기기는 웃음과 귀 기울이기입니다. 학장은 관행을 어긴 패치에게 수많은 경고를 날리고 결국 퇴학의 위기를 맞습니다. 하지만 동료 학생과 환자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고 패치는 무료 진료소 일에 집중합니다. 새로운 의료 형태의 실험이 된 이 병원에 실제 많은 의사가 모여들기도 했답니다. 이는 사회 제도에 따라 우리의 생활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게준트 하이트라는 병원을 운영한 헌터 아담스라는 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세 얼간이는 얼간이로 취급받는 말썽꾸러기 인도 공대생 이야기입니다. 란초는 관습의 벽을 정면으로 뚫어버리는 천재 공학자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결코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절친 두 얼간이를 감동시켜 자신의 신봉주의자(?)로 만들어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습니다. 두 얼간이는 나중에 소식이 끊겼던 란초를 만나기 위해 이륙한 비행기도 돌려놓고, 바지도 입지 않은 채 집을 나설 정도이니까요. 란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대학 총장도 결국 두 손을 들게 만들죠. 졸업한 뒤에는 명문대 학위도 다 내려놓고 편리하고 유익한 세상을 위하여 공학자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갑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골 학교 선생으로 있으면서 세계 대기업이 줄을 서는 과학자가 됩니다. 아직도 카스트제도가 성성한 인도에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도 참 놀라운 일입니다.포미니츠는 사회의 절차와 틀 속에서 분노하고 폭발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입니다. 제니는 피아노를 치지만 클래식보다는 흑인음악을 더 좋아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집을 나와 마음의 빗장을 걸고 비뚤어집니다. 살인 사건에 엮여 교도소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피아노 선생님 크뤼거를 만납니다. 제니는 선생님의 헌신과 인내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물론 폭발적인 기질은 때때로 걷잡을 수 없이 튀어나옵니다. 수많은 저항을 뚫고 결승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제니는 연주하기로 정해진 피아노곡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온몸으로 연주합니다. 그 열정은 청중을 압도했습니다. 세상에 고유한 ‘나’를 알리는 데 4분으로 충분했습니다. 크뤼거 선생님은 처음엔 경악하지만 평소 마시지 않던 와인을 연거푸 마시며 제니의 음악에 존중을 보냅니다. 감동스러운 변화의 순간입니다. 세 편의 영화 속에는 한결같이 거대한 벽이 무너지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철옹성 같은 벽 앞에서 자신의 신념을 타고 넘습니다. 무리가 돌리는 거대한 바퀴의 공전에 금을 냅니다. 그리고는 요동치는 심장에 “뚜벅뚜벅 나의 길을 가라”는 북소리를 둥둥~ 울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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