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많은 고대의 풍수경전들을 보면 각자 나름대로의 학파와 학설이 정립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풍수지리학風水地理학學의 기본 필독서로 중국 한나라 이전의 《청오경靑烏經》과《장경藏經》이 거론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청오경》과《장경》의 내용을 근간으로 해서 최초의 풍수학파인 양자강 이남의 지형지세(용龍, 혈穴, 사砂, 수水)의 적절한 배합을 추구하는 학파(사람의 ‘눈’으로 판단)와 성괘星卦를 중시하면서 오행五行과 팔괘八卦의 원리를 추구하는 학파(풍수도구인 ‘패철’로 판단)를 탄생시킨 점이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풍수경전의 기본 필독서로서 과거제도 중 음양과(지관 선발)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과목 중에서 오직 《청오경》과 《장경》만이 배강背講을 하였다. 배강이란 책을 보지 않고 돌아앉아서 외우는 행위로 전체를 암기하여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보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그 내용이 얼마나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의 풍수경전 속에 쓰인 한자들의 정확한 해석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의미인 ‘기氣’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경전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모두 이해했다고 볼 수가 없겠다. 말하자면 뛰어난 한문학자漢文學者가 기氣에 대한 정확한 고찰 없이 해석을 한다면 그 물物(외면의 물질) 속에 담긴 상象(내면의 에너지)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오랜 시간 동안 여러 풍수서적과 불교와 도교 관련 서적, 우리 민족 고유의 양생술 관련서적 등의 연구를 통해 이 기氣란 에너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야 두 책의 내용이 더욱 뚜렷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필자의 생각으로 이 두 책의 내용을 여러 번 탐독하여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완전히 흡수할 수 있다면 풍수 공부의 반은 끝났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리고 두 책의 내용 중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지은 저자들인데, 《청오경》은 한나라 청오자靑烏子로 백 살을 넘어 살다가 신선이 되었다고도 하며 다른 자료에는 사백일흔한 살까지 살았다는 다소 신화적 풍모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장경》의 저자는 곽박郭璞이라는 사람으로 광범위한 학식과 뛰어난 재주로 오행, 천문, 복서, 의술에 능통하고 죽은 후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모두가 지금처럼 한 가지 학문에만 능통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삶에 관련된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인사人事 등 천지자연의 원리에 해박한 전문가였음을 알 수가 있으며, 인체를 통해 천지자연의 기운을 직접 느낄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겠다. 이 책들의 저자 외에도 동양학 분야에서 각각의 술수별로 최고의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책을 남긴 사람들 중에 대부분이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인사人事 등 다방면에 능통하면서 신선의 면모까지 보인 사실을 보면, 고대에는 지금의 서로 독립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을 가진 각 학문들이 근원적인 부분에서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대에서는 사주명리학만을 전공한 사람은 정해진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는 땅의 신묘한 힘(脫神功改天命탈신공개천명)을 간과하고 운명결정론만을 강조하며, 풍수지리학만을 공부한 사람은 성공한 사람들(대통령, 국회의원, 대기업 회장 등)의 타고난 운명(四柱八字사주팔자)은 무시하고 무조건 그 성공이 조상의 묘자리 때문이라고만 판단하며 운명개척론만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게 될 때마다 필자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결론적으로 인간의 모든 삶을 좌우하는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의 학문은 천기天氣, 지기地氣, 인기人氣라는 한자에서 보듯이 ‘기氣’라는 의미로서 모두 한 가족, 즉 천지인삼재天地人三才의 학문인 것이다. 자식들의 성격이나 역할이 다르다 한들 ‘우주宇宙의 일기一氣’로서 어찌 다 같은 핏줄임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결국 동양의 모든 학문들은 ‘기氣’라는 의미를 관통하며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는 천지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는 것이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