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곶감 선물세트를 주문하신 고객이 마침 선물 받으실 분이 생일인데 축하카드를 넣어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서 오케이했다. 꽃집에 개업 화분을 주문하면 붓글씨로 멋지게 축 개업~등등 태그를 달아 배달해주는 것처럼 (축하드립니다. 아무개 드림) 이라는 카드를 넣으면 되는 것이다. 어려울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곶감 포장하면서 기념카드를 넣어본 적이 없고 준비된 카드도 없었기에 부탁을 받고 처음엔 살짝 당황했다. 나는 읍에 나가서 카드를 사가지고 와야 했다. 한 장이면 되겠지만 다음에 또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겠기에 몇 장 여유있게 준비해놓으면 좋을 것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함양장날이라 사람이 많이 나왔다. 시절이 시절이라 장마당이썰렁할 것 같은데 모두 ‘먹고는 살아야’겠기에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 이 건 얼마 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을 때 들렀던 방문판매원이 한 말이다. 미용실 원장이 “지금 방문 판매는 금지 아니냐”고 항의하니 방문자는 “먹고는 살아야지요~” 하며 당당하게 말하고는 돌아섰다. 미용실 원장은 "오히려 큰소리친다"며 투덜대면서도 "말은 맞는 말"이라며 미안해했다.) 마침 날씨도 완연한 봄이어서 묘목과 꽃 화분이 많이 보였다. 얼핏 긴기아난이 보이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차를 세우려는데 주차공간이 안 보여 한적하고 차대기 좋은 철물점에 먼저 들렀다. 이번 주 며칠은 다시 춥다지만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곶감 배송할 때 얼음팩을 넣고 아이스박스 포장을 해야 하기에 스치로폼 박스를 먼저 가득 실었다. 그리고 두 바퀴 더 돈 뒤에 꽃화분 난장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보니 긴기아난이 맞다. 꽃대를 어머어마하게 많이 올렸는데 가격이 넘 착하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향기를 잘 알기에 일단 한개 골랐다. 긴기아난은 여러 꽃 색중 흰 것이 향기가 특별히 좋다. 요즘 화훼업계가 어렵다. 졸업 입학 시즌이지만 비대면이라 소비가 사라졌다. 나라도 한 개 더 사야할 것 같아모처럼 콧바람도 쏘일 겸 천천히 구경을 하는데 사고 싶은 게 많이 보인다. 앙증맞게 꽃을 피운 수선화 앙떼떼, 고혹적인 꽃 색의 시클라멘, 참외만한 아마릴리스 구근 그리고 이름 모르는 꽃들도 많다. 뭘 사야할지 고민하다 노란 꽃이 핀 베를레헴이라는 작은 화분을 하나 더 사고 나온 김에 마트에도 들러 과일도 좀 사고 약국에 들러 아내가 부탁한 파스도 샀다. 화창한 봄 날씨에 외출하니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어제는 산책 중에 개구리 울음소리를 처음 들었고 며칠 춥다지만 어쨌든 앞마당 산수유는 노란 꽃을 피웠다. 정말로 모든 것이 만족스런 하루였다. 읍에 생일카드 사러 나갔다가 긴기아난에 정신이 팔려장마당을 몇 바퀴 돌며 이것저것 필요한 것 다 사고도 정작 사야할 것은 깜빡하고 그냥 왔지만 말이다. 두 번 째 다시 나갈 때는 기름 값이 좀 아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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