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에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기분 좋은 이 한마디가 내 입 언저리에 남아 계속 미소 짓게 한다. “좋은 일 하십니다~“ 좋은 일? 내가 좋은 일을 했다고? 정말? 곶감을 선물 받은 사람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했던 특별한 맛’이라며 선물 상자 안에 들어있던 내 명함을 보고 본인도 친지에게 같은 선물을 하고 싶다며 전화를 했다. 좋은 취지에서 말을 하다 보니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상당히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 목소리였다.구정 대목에는 곶감 출하량의 대부분이 선물용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 선물의 대부분이 받을 사람에게 직접 배송이 되는데 나는 그 선물상자 안에 잊지 않고 내 명함을 넣어둔다. 생산자 실명제라는 명분 뒤에 주문 릴레이를 바라는 나의 속마음을 넣어두는 것이다. 먹거리는 먹어본 사람이 다시 주문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 전략은 실제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금번 설 대목의 경우에도 모 단체에서 고급 선물용 곶감을 백 여 군데 주문 발송했는데 그 선물세트를 받은 사람 전화가 제법 많이 와서 즐거운 일이 이어졌다.곶감을 배송하고 나면 전화나 문자를 받게 되는데 “좋은 일 하십니다~”라는 이 말은 내가 곶감농사를 지으며 들은 가장 기분 좋은 말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사실 내가 좋은 일을 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이 말은 내가 정말로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 않는가.“훌륭하십니다~” 이번 설 대목에 선물을 받은 고객이 재 주문한 상품을 받고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아주 귀한 꽂감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별도로 챙겨주신 대봉곶감, 너무 맛있어서 감동입니다. 대봉을 곶감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훌륭하십니다. 제가 박ㅇㅇ 회장님께 대봉곶감을 선물했습니다 아마도 전화가 갈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강ㅇㅇ드림” 솔직히 이건 판매자 입장에서 하는 자랑질이다. 대목에 재미보고 자랑이 하고 싶어서 고객이 툭 던진 한마디를 붙들고 혼자 멍석을 깔고 북 치고 장구치고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고객이 이렇게 만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곶감은 자연 건조식품이라 공장에서 쿠키 찍어내듯 똑 같은 상품이 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취향도 제 각각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고종시 곶감을 받은 오픈마켓 고객이 “곶감이 아주 달고 고급지다. 다만 자기 입맛에는 너무 달아서 좀 덜 단 것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는 후기를 올렸다. 그리고 한참 뒤에 이 고객이 두 번째 주문을 하고 이런 후기를 올렸다. “이번에 받은 상품은 맛있기는 하지만 지난번 보다 당도가 좀 떨어진다” 상품을 받은 순서가 바뀌었다면 두 번째도 유감스런 후기 대신 긍정적인 후기가 올라왔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었다.설 연휴가 지나고 봄이 올 것 같았는데 다시 춥다. 일주일 전에는 범나비를 한 마리 보았고 엊그제 저녁 개구리를 한 마리 보았다. 산책을 하며 노한 꽃다지 꽃도 찍었는데 바람불고 매섭다. 봄이 올 것 같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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