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되었습니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지만 한낮에는 봄 햇살이 포근하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봄바람이 달큰하네요. 봄이 되니 겨울 추위에 언 땅이 녹아 파릇한 냉이와 봄꽃이 싹을 틔워 생동감을 더하고 무거웠던 몸도 기지개를 켜며 활기를 찾는 것 같습니다. 농민들은 농토에 거름을 뿌리고 논갈이를 하는 등 바쁜 일상이 시작되고 있네요. 저희집도 올해는 특별한 농사를 시작하였답니다. 남편은 참나무를 가져와 표고목을 만들고 버섯 종균을 심었는데 앞으로 예쁜 표고를 딸 생각을 하니 벌써 마음이 설레네요. 건너편 500평 땅에는 신품종 살구나무(플롬코트)를 심기 위해 유공관을 묻고 거름과 토양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묘목을 심고 남는 땅에는 더덕과 산양삼, 그리고 도라지를 비롯한 고들빼기 등을 심기로 하였답니다. 3년 전에도 산양삼 2만개 정도를 심었는데 일부는 산에 옮겨 심었고 남편은 올해도 약 4만개의 산양삼을 심는다고 하네요. 농사일은 사실 해보면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가을엔 밤, 겨울엔 곶감을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는데 곶감 판매를 끝내고 조금의 휴식이 있었던 탓인지 겨울이 가고 봄이 되니 또 조금의 여유로움이 생긴 것 같습니다. 노력한 만큼 큰돈을 벌고 있는지는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한국에서의 농사일은 쉬운 직업은 아님을 매번 느끼고 있답니다. 네팔에 계신 부모님이 평생을 농사를 지었고 농부의 딸로 산촌에서 태어나 농사일에 대해 그렇게 큰 부담은 없었지만 한국에서의 농사일은 그야말로 사업 규모여서 사실 힘들 때도 많은 게 현실이랍니다. 저희집엔 3월에 옥수수를 심고 이어서 고사리 채취를 하며 무를 심고 여름엔 옥수수와 과일을 수확하고 가을부터 밤과 곶감 등의 일을 하면 1년 내도록 농사를 끝없이 하게 되는데 매년 반복되는 농사일은 어떤 땐 그야말로 중노동 일 때가 많거든요. 그렇지만 2월 중순과 3월 초 사이의 휴식 기간이 그나마 조금은 충전의 시간이 되어 봄이 되니 또 몸이 기지개를 켜며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과일나무를 50주 이상씩 꾸준히 심어 오고 있는데 이제는 그 수량이 너무 많아 저희가 먹거나 나눠 먹는 범위를 많이 넘어서고 있어서 이제는 과일도 판매를 해야할 듯 싶더라고요. 논과 밭에 다른 농사일을 하는 거 보다는 과일나무를 심는 게 조금은 쉬운 거 같아서 남편이 올해는 500평 논에 살구나무를 전부 심는다고 하는데도 오히려 반가운 심정이랍니다. 열심히 심어 잘 가꾸면 언젠가 때가 되면 수익도 나고 좋은날도 올 듯 싶네요. 나눔을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저도 전념이 된 탓인지 싫지는 않은데 어쩌면 과일을 판매하지 않더라도 나눠만 먹어도 썩 나쁘진 않을 거라는 생각도 든답니다. 과일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면 저희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과 지리산을 찾는 방문객들에게도 예쁜 꽃나무가 되니 시각적으로나 마음적으로도 좋을 듯 싶습니다. 남편은 항상 앞산과 들판에 모두 꽃나무를 심었으면 하면서 앞으로는 힘든 농사일로 먹고 사는 것 보다는 지리산을 찾는 관광객이 머물고 갈수 있는 관광을 테마로 한 마을을 만들면 마을 주민과 인근 지역민이 모두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잘 살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강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가 너무 아깝다는거지요. 어느 개인이 이뤄 내기에는 너무 힘이 든 현실 속에서도 꿈을 접지 않고 계속하여 노력하는 남편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세월이 지나 나중에 우리 아이가 자라면 농토를 보존하고 농업을 계속 이어가는 일보다는 전국에서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었다며 훨씬 좋은 평가를 해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부디 남편의 꿈이 이뤄지길 저도 소망해본답니다. 시골의 다락논에서 작은 규모의 농사를 업으로 살아가는 연세가 많으신 시골분들과 그리고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힘에 겨울 수밖에 없는 농사일의 당사자가 될 수밖에 없는 주민분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농사가 과연 평생 직업으로 유지 되어야 하는지는 회의적일거라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지역을 이끌어 가시는 분들의 생각도 주민의 생각과 조금은 가까워지는 정책을 펼쳐 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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