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한 밴드에 푹 빠져 있다. 책을 읽고 추천하며 감상이나 일상을 나누는 밴드인데 여기에는 작가들도 많고 책을 좋아하거나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댓글과 답글도 많고 읽고 쓰다 보면 하루가 훅 지나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리더가 내 책을 소개했고 많은 회원이 댓글을 달아주며 응원을 해 주었다. 그러다 한 회원이 자신은 인생이 특별한 게 없어서 소설 한 권도 못 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록 농담으로 한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 주변에는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다른 사람이 겪지 못한 특별한 일이 많은 사람은 한결 책 쓰기가 수월하다. 에피소드가 많으니까. 그러나 보통의 평범한 사람도 자기의 삶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면 얼마든지 책 한 권을 쓸 수가 있다. 이것은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차피 스피치에서든 책에서든 내용 즉 콘텐츠가 있어야 되고 콘텐츠 속에는 에피소드가 있기 마련이다. 청중을 웃겼다 울렸다 들었다 놨다 하며 명 강연가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의 강연을 듣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그들의 강연을 분석해 보면 큰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에피소드이다. 사전을 보면 에피소드는 남에게 알려지지 아니한 재미있는 이야기 또는 어떤 이야기나 사건의 줄거리에 끼인 짤막한 토막이야기라고 정의한다. 명 강연가의 강연에는 훌륭한 콘텐츠 속에 그들만의 에피소드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에피소드를 얻을 것인가. 에피소드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책을 읽을 때나 신문을 볼 때 발견할 수 있고 영화를 보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는 동안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고수들은 잘 알지만 일반인들이 지나치기 쉬운 나의 일상, 자기 자신의 생활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에피소드의 훌륭한 밭이며 최고봉이요 가장 좋은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내 이야기이므로 가장 진정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으며 상황과 주제에 맞게 자유로이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에피소드가 없다고 당황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은 단지 평소에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딱팔딱 뛰는 싱싱한 에피소드를 만들려면 일단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해야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좀 더 주의 깊고 관심 있게 바라본다면 분명 “유레카!” 하고 외칠 만한 이야기를 찾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을 찾았다면 찾은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메모하거나 일기로 써라. 인간의 기억력은 그리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적어두고 보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나도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해 왔던 메모와 일기가 있었기에 알맞은 에피소드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를 함으로써 개인저를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중에는 메모의 중요성과 그 기술에 대한 책도 많이 나와 있는데 메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적으로 귀감이 되고 있는 지도자들도 메모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설립한 세계 최고의 발명가 에디슨과 이 기업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올려놓은 잭 웰치의 공통점도 메모하는 습관이라고 한다. 메모도 잘하려면 많은 기술이 필요하며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으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럴 수준이 아니라면 언제 어떤 내용에 대해서 메모했는지 본인이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만 해도 활용이 가능하다. 지금도 내 다락방 책상에는 에이 포 용지 여기저기에 메모가 되어 있다. 이것은 내가 시를 쓰거나 다른 글을 쓸 때 유용한 자료로 쓰인다. 이상의 내용을 기억한다면 당신도 스피치에서 꼭 필요한 나만의 에피소드를 만들 수 있다. 적극적인 관심과 관찰로 나만의 에피소드를 발견하라. 간단한 메모에서 일기 쓰기나 녹음 등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에피소드를 모아라. 내가 겪은 에피소드가 한 사람을 절망에서 건질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말하기에서 에피소드는 핵무기보다도 강한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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