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귀감입니다~” 요즘 전화를 받으면 처음 듣는 말이 “귀감이지요?”다. 그래서 나의 신바람나는 전화응대는 항상 “귀감입니다”다. 구정을 며칠 앞둔 대목이라 곶감 선물용 주문이 많다. 곶감은 겨울 한철 먹는 제철 과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비의 9할 이상은 겨울에 집중되고, 겨울 주문의 7할은 구정 선물이다. 곶감 농사 20년 가까이하다보니 명절마다 선물하는 고객이 많아졌다. 올해는 동창회 한 곳에서 주문을 많이 했다. 동창회 총무가 주문서를 넣어주면 내가 주소지로 하나씩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보내는 곳이 많다보니 작은 실수가 있게 마련이라 한번은 총무가 주소를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엉뚱한 사람한테 배달이 되었다. 서울 강남구 미나리 아파트 1**동 1***호에 배달되어야할 곶감이 1**동 2***호로 배달이 된 것이다. 그것도 배송이 되고 일주일 후 알게 되었다. 총무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자기 실수로 엉뚱한 데로 배달이 되었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한다.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는 그나마 같은 동으로 배달이 되었으니 수취인이 직접 찾아가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렇게 해 보라고 했다. 자기가 주문한 것이 아니고 보낸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식품을 먹을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어쨌든 곶감을 회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남의 물건을 받은 사람이 운송장에 있는 발송인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다. 물건을 받았는데 자기가 주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수취인이 이사를 가서 생긴다. 주소록으로 주문하는 경우 이런 일이 한 두건 꼭 생긴다. 어떤 사람은 이사를 자주하는 바람에 지난 추석과 올 설날 연이어 예전에 살던 집으로 번거롭게 곶감을 찾으러 가야했다)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다. 며칠 뒤 동창회 총무가 물건을 받은 집에서 아무 대꾸가 없다는데 어쩌면 좋겠냐고 물어왔다. 이건 좀 더 어려운 질문이었다. (뭐지? 대꾸가 없다니... 곶감을 받았으면 받았다. 안 받았으면 안 받았다 하면 되지 대꾸가 없다니... 혹 먹어버렸나? 꿀먹은 벙어리라더니... 웃을 일은 아니지만 속으로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일단 택배사에 반품 신청을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어쨌든 수취인에게 아무 대꾸를 안 한다지만 물건을 배달한 택배 직원한테는 뭐라도 대꾸가 있을 것이다. 곶감이야 찾던 못 찾던 내가 다시 보내면 되는 것이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잘못 배달되었다는 그거 찾았어?” 하고 아내도 관심(호기심)을 가지고 식탁에서 가끔씩 물어보고, 내 잘못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 서비스차원에서 판매자가 할 일이 있기에 어쨌든 확인이 필요했고 아래와 같이 문자를 주고받았다.(남의 물건을 받은 사람 중에 운송장에 있는 발송인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을 주지 않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감사합니다. 택배원이 송창식(가명) 곶감을 반가량 회수할 수 있게 해주어 먹다 남은 반은 회수했다고 합니다” “헉 양심없게 그냥 먹었다니...어쨌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이지 선생님 잘못은 전혀 없지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