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서울을 자주 가지 못하지만 서울을 다녀오면서 가끔 느끼던 생각들 중에서 사람마다 각기 이런저런 이유가 있다고 해도 서울에서 고급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아등바등 사느니 함양으로 이사해서 조금은 여유가 있고 편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거창하게는 인구의 분산으로 인한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과 고령화로 인해 심각해진 농촌 일손부족의 해소에 기여하는 것 이외에도 그 정도면 최소한 함양에서 상위 1%는 될 것이기에 농촌경제의 활성화와 스스로도 여유있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었다.
얼마 전 함양으로 귀농하고 싶다며 집터와 농사지을 땅 값을 좀 알아봐 달라는 지인이 있어 몇몇 부동산에 문의를 했다가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를 전해들은 지인도 필자의 예상대로 차라리 그냥 도시에 사는 것이 좋겠다며 황당해하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데 우리 함양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흐름을 주도하는 지역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짧은 인생경험에 의하면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부동산을 사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었는데 이제는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사야만 돈을 버는 것이 대세가 된 것 같다. 정부의 정책 중 부동산정책이 중요한 정책이 되었고 결혼적령기의 청년들이 부동산 문제로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함으로 인해 생겨나는 사회적 부작용은 빈곤의 악순환처럼 고용, 인구 등의 측면에서 국가전체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 돈을 벌어서 집을 사는 것은 요원한 시대가 된 것 같다.
더욱이 젊은이들이 자기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을 해야 하는 세태가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슬픈 자화상이다. 바야흐로 부동산 불패시대가 전국적인 대세가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농업이 주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는 함양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논 한 평에 십여 만원 이상의 값을 지불해서 구입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농사를 지어야 되고 얼마간의 수확을 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가 하는 우려를 만들게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도시에 사는 청장년층들이 귀농해서 농업에 종사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물론 제한된 국토 면적에 인구의 수와 물가상승 등의 요인이 있으니 부동산 값이 오를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부동산이 그 자체로 근로소득의 몇 곱절이 넘는 소득을 창출하는 소위 말하는 부동산이 투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의 영향으로 인구 감소가 급격히 이루어져 소멸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방자치단체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부동산 불패시대가 이를 더 가속시키는 촉진재가 되기 전에 이에 따르는 정부의 적절한 정책의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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