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지구를 가리켜 우주 속의 외로운 점이라 표현했다. 실제로 둥근 지구의 지름은 약 1만2800km, 둘레는 4만 km이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동행자인 달과의 거리는 무려 38만 km로 지구 지름의 30배가 넘는다. 또 태양을 돌고 있는 행성 중 지구와 가장 가깝고 크기도 비슷한 금성은 지구로부터 4,200만 km나 떨어져 있고, 우리의 낮을 밝혀주는 태양은 1억 5,000만 km 거리에 있으며 태양 빛은 초속 30만 km로 달려와 8분 20초 후에 지구에 닿게 된다. 즉 우리는 언제나 8분 20초 전의 태양을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은 지구뿐만 아니라 ‘외로운 점’인 셈이다. 태양은 많은 행성을 거느리며 언제나 밝게 빛나며 세상을 비추어주고 있지만 우주에서 매우 평범한 별이다. 태양의 지름은 지구의 100배가 넘고 질량은 30만 배가 넘는다. 태양과 같은 별들이 모여 큰 집단을 이룬 것을 은하(galaxy)라 하는데 태양이 속한 은하 안에는 3000억 개 이상의 별이 빛나고 있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치인 것이다. 따라서 은하는 많은 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 태양 역시 매우 외로운 별이다. 실제로 태양과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라는 별은 태양으로부터 41조 km나 떨어져 있으며 빛으로 가도 4.3년이나 걸린다. 이제부터는 길이의 단위를 빛이 1년 동안 진행한 거리, 즉 광년으로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알파 센타우리 별은 태양으로부터 4.3광년 떨어져 있다. 그럼 그토록 많은 별들을 담고 있는 우리의 은하는 어느 규모일까? 은하의 지름은 대략 10만 광년이며 질량은 태양의 약 3조 배나 된다. 별들은 은하의 중심을 기준으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 평범한 별인 태양은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3만 광년 떨어진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2억 5,000만 년에 한 번씩 회전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계 전체는 초속 250 km의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세기 초까지 우주에는 단 하나의 은하만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에드윈 허블의 관측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은하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관측된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며 이 은하는 무려 1조 개 가량의 별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우주 안에 있는 총 은하의 수는 얼마나 될까? 오랫동안 약 1천2000억 개 정도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는데 최근 연구진이 발표한 바로는 이보다 10~20배 더 많을 것이라고 한다. 이 결과로부터 우주의 크기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는 지름이 거의 1,000억 광년에 가깝다고 한다. 우리의 세상은 이렇게 큰 우주의 장관만 펼쳐져 있는 건 아니다. 지구에 깃들어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의 크기는 대략 1~2m 내외이며 수십 m나 되는 흰 수염고래부터 1백만 분의 1m 정도의 미생물과도 함께 공생하고 있다. 생물들은 모두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는 가장 작은 미생물의 크기와 일치한다. 이 크기는 물론 작지만 보통의 현미경으로도 잘 관찰할 수 있는 정도이다. 즉 세포가 생물의 최소 단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이하로 얼마나 작은 세계들이 이어져 있을까? 1백만 분의 1m에 불과한 세포는 1조 개가 넘는 원자(atom)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오래전부터 만물의 기본 물질로 인식되어 왔지만 원자의 구조가 밝혀지고 그 원리가 이해된 것은 20세기 양자역학에 의해서이다. 실제 원자의 지름은 100억 분의 1 m로 어떠한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크기다. 원자는 더 쪼개질 수 있으며 원자 중심에 자리한 핵은 1000조 분의 1m로 원자 크기의 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원자 역시 우주 공간 만큼이나 텅텅 비어있는 세계다. 우리는 극과 극의 중간쯤의 세상에 살면서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를 간직한 외롭지만 위대한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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